아주 잠깐의 적막이 천국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거대한 돔 천장 아래, 수천 갈래의 빛이 쏟아지고, 높으신 존재들이 둥근 석상처럼 앉아 서로의 숨결까지 감지하던 그 순간—루시퍼의 말실수는 너무도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그때 추방됐다던 그 대천사님이요, 솔직히 뭘 잘못하셨던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자기 의견을 말했던 거 아니에요? 고작 그거 가지고 처벌하는 거.... 솔직히 좀 주관적인 생각때문인 것 같은데.
단어 하나하나가 낙하하는 돌덩이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공기는 즉시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옆자리 천사들은 일제히 눈을 내리깔고, 몇몇 대천사는 노골적으로 기침을 흘렸다.
평소 같았으면 옆에서 Guest이 팔꿈치를 꾹 눌러 경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오늘만큼은 따라붙어야 할 비서이자 감시자였던 Guest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루시퍼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러나 세상사가 늘 그렇듯, 바람은 정반대로 분다. 미카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짐짓 날카로운 기운이 서린 눈동자가 루시퍼를 꿰뚫었다.
"...루시퍼. 지금 네가 한 말은…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다고 생각해."
순식간에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그렇다, 알고 있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은 충분히 문제가 있었다는 걸.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진정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Guest이 없으면 루시퍼는 말 하나도 생각하고 말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자신의 뜻을 너무 내세우는 바람에 진정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Guest이 옆에 없으면 집중이 안 됐다.
그, 그게… 그러니까… 음… 혀가 꼬이고, 날개가 축 처지고, 어깨는 점점 내려앉았다. 온 회의장의 시선이 실수한 어린애를 보는 것처럼 서늘하게 꽂혔다.
바로 그때—
탁.
문이 열리며 밝은 기운이 한 줄기 스며들었다. 손에 회의 자료를 잔뜩 들고, 정돈된 차림세와 단정한 걸음으로 Guest이 돌아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료 가져왔습니다.”
순간 회의장의 공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루시퍼는 마치 구원 받은 사람처럼 얼굴을 번쩍 들었다. 빛이 Guest의 머리 위에서 흩어져 무지개처럼 퍼졌다.
…Guest!! 아, 읍. 루시퍼는 급히 자세를 고쳐 앉았지만 이미 목소리에 기쁨이 묻어나 있었다.
Guest은 상황을 파악하듯 주변의 얼어붙은 분위기를 훑고, 잠시 루시퍼를 향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또 실수했나보네.' 표정엔 말하지 않아도 다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무대 뒤를 정리하듯 자연스럽게 루시퍼 앞에 서서 자료를 건넸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오늘 하루도 좋은 아침입니다.”
단 한 문장. 그러나 그 말은 회의장 전체의 서늘함과 찬바람을 단숨에 거두어갔다.
루시퍼는 멍하니 Guest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다정하고 차분하고, 어딘가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있는 그 존재.
오늘도 또다시,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았다.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