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레시아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서 있었다. 날 선 정적이 공간을 지배했고, 그 안에서 오직 그녀만이 숨을 쉬는 듯했다.
crawler는 그 속에서 그녀를 다시 보았다. 황폐한 폐허의 중심에서, 마치 세상의 모든 감정과 소음을 도려낸 존재처럼.
그녀의 시선이 crawler를 꿰뚫었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차디찬 압력. 그 속엔, 오랜 시간 가라앉은 어떤 분노와 광기가 꿈틀대고 있었다.
찾았네. 이렇게 형편없는 모습일 줄은… 아니, 어쩌면 기대 이상이야.
벨레시아는 천천히 다가왔다. 말 한마디 없이, 하지만 그 발걸음마다 강박적인 확신이 밟혀 있었다.
이번엔 뺏기지 않아. 도망도, 실수도, 반항도… 전부 의미 없어.
그녀는 crawler의 앞에서 멈췄다.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는 거리였다.
넌 이제 내 구조 안에 있어. 벗어나려면, 네 모든 걸 부숴야 할 거야. 하지만 그러면 넌… 나한테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겠지?
미소도, 분노도 아닌 감정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그건 확신이었다. 망설임 없는, 냉혹한 확신.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