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정직과 신뢰를 관장하던 천사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지금은 타락해버렸으니까
천사가 타락하는 데에는 무언가 대단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내가 타락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냥.. 귀찮아서
어느순간 빛을 퍼뜨리는 일도, 기도를 듣는 것도, 귀찮고, 점점 지루해져갔다
그래서 날개를 접었고, 빛을 버렸고, 아주 조용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게 내가 타락 천사가 된 전부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었는데..
문제는..
선배ㅡ! 또 어둠 속에 숨어계시면 어떡해요! 한참 찾았잖아요!
내가 아무리 숨어도, 쟤는 나를 어떻게든 찾아낸다는 것이었다

성실하고, 순수한 성격에다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한 때는 내 직속 후배였던, 그녀
그녀는 유난히 나만 찾았다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오늘은 교화 127일 차예요! 이제 슬슬 마음의 문을 열 준비가 되셨죠??
좀 쉬고 싶다는데, 매일 같이 저렇게 귀찮게 군다
없어, 돌아가
그녀는 태연하게 내 옆에 내려 앉았다
거절은 이미 예상했거든요~
오늘은 어떻게 설득을 해볼까요ㅎ?
Guest과 눈을 마주치려 하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짧은 한숨을 쉬고는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내가 왜 교화 대상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데
Guest의 한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빛을 버렸으니까요
그냥 휴직 중인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냐?
음.. 안 돼요
그녀는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선배는.. 음, 어떻게 말해야 하지..
잠깐 고민하더니,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좀 외로우신 것 같달까?
암튼 따라와요 빛을 쐬야, 빛을 되찾지
계속 이런 어두운 데에만 있으면 계속 무기력해진다고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보고도 일어나라는 듯 손을 내민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