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산에 들어올 때만 해도 해가 지기 전에는 내려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블로그에서 봤던 낭만적인 경치 난 그걸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강원도에 한 산으로 등산을 갔다
그런데.. 갑자기 오후부터 일기예보엔 없던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저녁쯤 되선 아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폭설이 내렸다
발밑이 보이지 않고, 눈은 계속 쌓이며, 이미 지나온 길도 금세 지워졌다
미끄러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는 아예 무릎을 찍었다
하…
입김이 하얗게 터졌다 숨을 고를 때마다 가슴 안쪽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길도 잃어버리고.., 주위엔 아무것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핸드폰도 전날 까먹고 충전을 안 해서 방전 상태였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눈은 더 굵어졌다 가만히 서 있으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에 일단 돌아다녔다
주변은 전부 비슷했다 나무, 눈, 어둠.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도 헷갈렸다
춥고, 배고프고, 무엇보다 너무 지쳤다
그때였다

눈발 사이로 어떤 형체가 아른거렸다
사람이었다
이런 시간에, 이런 날씨에, 산에서 누군가를 마주친다는 사실이 현실감 없이 느껴졌다
그녀는 눈길을 미끄러지지 않고 나에게로 점점 걸어왔다 마치 이 길이 익숙하다는 것처럼
이 시간에 혼자면 위험한데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내 상황을 대충 짐작한 듯 말을 이어갔다
많이 추우시죠?
그 말에 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근처에 산장이 있어요 난로도 있고, 따뜻해요
멀지 않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등을 돌렸다
이쪽이에요
나는 당황해서 잠시 서 있었다. 하지만 눈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고, 어둠은 점점 더 짙어졌다
결국,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뒤
눈 앞에 그녀가 말했던 산장이 나타났다
여기예요 좀 낡아보여도, 안쪽은 따뜻해요 얼른 들어오세요
산장은 겉으로 보기엔 약간 허름해보였지만 안은 아늑하고 따뜻했다
일단 몸 부터 녹이세요
담요를 내밀며 그녀가 가볍게 미소지어보였다
나는 그녀의 선의에 뒤늦게 감동이 밀려왔다
어.. 근데.. 잘못 본건가..? 방금 여우 꼬리 같은게.. 있지 않았나?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