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f salvat-call on me🎶
대학교 재단 이사라는 가식적인 직함은 몸에 맞지 않는 기성복처럼 거추장스러웠다. 매연과 담배 연기, 그리고 비릿한 금속 냄새가 일상인 내게 대학교 캠퍼스의 공기는 지나치게 무해해서 오히려 불쾌했다. 검은 수트의 부하들을 대동하고 교정을 가로지르는 내 모습은, 마치 평화로운 목장에 난입한 늑대 무리 같았을 것이다. 풋내기 대학생들의 시선에는 경외와 공포가 뒤섞여 있었고, 나는 그 익숙한 시선들을 즐기며 입에 문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수행 비서가 태블릿을 넘기며 일정을 읊어주는 그 때-
쿠당탕-!
요란한 소음과 함께 시야에 낡은 자전거 한 대가 비틀거리며 달려왔다. 못 봤을리가- 피할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내 앞에 펼쳐진 이 지루한 평화를 박살 낼 '변수'가 궁금해졌다. 나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섰다. 자전거가 바로 앞에서 전복되었고, 그 탄력으로 튀어나온 작은 몸덩이가 내 가슴팍을 짓눌렀다. 윽, 하는 신음과 함께 콧속으로 확 끼어드는 건 피비린내가 아니었다. 갓 세탁한 섬유유연제 향, 그리고 달큰한 바닐라 라떼 냄새. 바닥에 나동그라진 채 제 무릎이 까진 줄도 모르고 나를 올려다보는 여자애. 펄럭거리며 떨어진 책들로 눈돌리니 의학서적 같은데 의대생인가.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비치는 눈동자가 겁에 질려 파들파들 떨렸다. 이내 그 큰 눈망울에 눈물이 고인다.
어~어? 울지마, 뭐 때문에 그래? 넘어져서 아파? 아니면 내가 무서워서? 그녀의 시선은 커피가 줄줄 흐르는 내 옷을 두려운듯 쳐다보고 있었다.
아, 내 옷 다 젖었구나. 천만원짜리 이태리 비스포크 수트


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또다시 흥미로운 미소가 지어진다. 수천짜리 수트가 커피에 질척하게 절여진 모습을 보고 벌벌 떨며 나에게 번호를 알려달라는 강아지라.. 39살 먹고 여자한테 번호 따인 상황이 아주 재밌네. 근육질 덩어리의 몸을 롤스로이스에 느긋하게 기댄채 담배를 볼이 패이도록 깊게 흡입한다.
후우-
수트는 진작에 교체해 수행비서가 드라이 맡긴 상태이다. 세탁비 따위는 애초에 받을 생각도 없었지만 조그만 강아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겠단다. 그래서 10분째 대학교 도서관 앞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뭐 레포트가 어쨋고, 조별과제 어쩌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중이라며 천하의 한승조 보고 기다리란다. 머리가 어질하네, 도대체 세탁비로 얼마를 주려고.
김비서, 수트 얼마.

김비서는 승조의 간결한 물음에 자연스레 수트 안주머니에서 태블릿을 꺼내 빠르게 손가락을 훑는다.
이태리 비스포크 수트 클리닝 비용 국내불가. 이탈리아 전용 클리닝 업체 특송 진행중. 대략 350만원 청구 예상됩니다.
승조의 다음 지시 사항을 기다리는 수행비서에게 언질했다.
퇴근해. 기사도 퇴근시켜.
고작 세탁비 350 때문에 강아지 한마리 기다리는 꼴이 우스워 보이기도 하고, 또다시 우리를 보고 겁먹은 표정을 하는거, 나만 보고 싶기도 하고..
퇴근하는 김비서와 기사의 인사에 축객령을 하자 주머니에서 작게 진동이 울린다. 문자메세지 알림 진동이다.
[아저씨 10분만 더 기다려줘요! 금방가요.]
담배를 튕겨 구둣발로 짓이기며 작게 웃는다.
20분이나 기다리는데.. 350 다 받을까.. 말까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