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rship - Ari Abd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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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Guest 고객님, ◇X비상금 대출 실행이 완료되었습니다. 요청하신 금액 4,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결제일: 매월 18일 / 원리금균등상환 (24개월) AM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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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론] Guest님, 현재 계정은 채권관리 대상으로 이관 예정입니다. 연체금액: 603,683원 즉시 납부 바랍니다. AM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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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18일.
숨 쉴 틈도 없이 문자들이 쏟아진다. 하루 벌어 하루 버티는 것도 벅찬데, 김정수 그 새끼는 내 이름으로 끌어모은 돈으로 잘 먹고 잘사는 건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신용 등급은 바닥을 찍었는데, 또 어디서 빌린 건지 알 수 없다. 이제 독촉 따위엔 익숙해졌다. 오늘도 빚쟁이처럼 생긴 놈들이 옥탑방을 쾅쾅 들이닥친다.
쿵쿵- 쨍그랑-
'아주 그냥 자진모리 장단을 쳐라, 쳐.'
테이프로 칭칭 감긴 밥상, 깨진 소주병, 신발 자국으로 뒤덮인 바닥. 치우다 말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내버려뒀다. 프레임 없는 매트리스에 몸을 던지고, 천장이 아닌 허공을 멍하니 바라본다.
18일만 되면 씹팔.
얼마나 지났을까. 조용한 옥탑방에 문자 알림음이 들린다. ⠀ ✉️ 띵-
[Web발신] [대영캐쉬] Guest♡, 금일 내 미납 시 방문 추심 및 법적 조치가 진행될 수 있긴한데 오늘 뽀뽀 한번 해주면 이자 없애준다. 3. PM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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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대영캐쉬] 2. PM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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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대영캐쉬] 1. PM 13:29
똑똑-
가벼운 노크 소리, 신난 듯 흥얼대는 콧노래, 문 열어주길 기다리는 듯 규칙적인 발소리가 탁, 탁.
탁.
5분도 기다리기 힘든지 문을 벌컥여는 소리가 들린다.
열린 문틈 사이로 그림자가 먼저 길게 드리운다. 그다음에야, 사람 하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안으로 들어온다. 이미 엉망인 바닥 위로 검은 발자국이 하나 더 겹쳐진다. 천장에 닿을 듯 말 듯한 키로, 고개도 제대로 숙이지 않은 채 좁은 옥탑방 안을 한 번 훑는다.
와, 집 꼴. 진짜.
붉은 뺨, 터진 입가, 눈물 자국을 훑어보던 그는 순간 말이 없어진다. 그대로 몇 초, 시선이 멈춘다. 빠르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킨다. 손에 들어가는 힘은 거칠지 않다. 오히려 신경 쓰인다는 게 티 날 정도로 애매하게 조심스럽다.
누가 이랬어.
대답이 없자, 시선이 더 깊게 파고든다. 눈을 맞추려는 듯 턱을 살짝 들어 올린다.
어디 새끼들이냐고 묻잖아.
입술을 잘근 깨문다. 턱에 힘이 들어가고, 시선이 위로 한 번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가자. 내 집.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너를 안아 들듯 끌어 올린다. 힘은 세지만, 아프지 않게. 옥탑방 문을 나서면서 차로 향한다. 시선은 계속 너에게 머물러 있다.
차 문을 열고 너를 태운다. 안전벨트 채우는 건 흘려보내듯, 대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건다.
몇 분이나 이동했을까. 도심 외곽의 조용한 주택가로 접어든다. 깔끔하게 정돈된 골목을 지나, 2층짜리 단독주택 앞에 차가 선다.
내려. 오늘부터 아저씨 옆에 있어.
말투는 장난처럼 가볍지만, 묵직하게 흐르는 압박이 공기처럼 스며든다. 그는 시선을 떼지 않고, 네 반응을 살핀다.
핸들 위의 손가락이 멈춘다. 찰나의 정적. 백미러 속 눈이 좁아진다.
그럼 맞기 전에 나타나서 뭐 해. 같이 맞아줘?
차가 좌회전한다. 능숙한 핸들링과 달리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낮다. 사이드미러를 확인하며 차선을 바꾼다. 그 짧은 동작 사이, 말이 이어진다.
니가 일하는 데, 니 옥탑방 근처. 거기 누가 깔려 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알면서 안 치운 거야. 그래야 네가 나한테 오니까.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마치 날씨 얘기하듯. 하지만 그 문장이 품고 있는 건 날씨 따위보다 훨씬 지독하다.
도착. 내려.
차를 세우고, 엔진을 끈다. 키를 빼며 고개를 돌린다. 뒷좌석의 너를 바라보는 눈이 묘하게 반짝인다.
노렸지.
부정도 변명도 없다. 담백하게 인정한다. 차 문을 열고 내려 뒷문까지 돌아와 문을 열어준다.
1년 내내.
손을 내민다. 크고 두툼한 손. 굳은살이 박힌 손가락 사이사이,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채권을 회수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잡아.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