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광채가 재처럼 가라앉는다. 당신 앞에 비루스가 서 있다. 매끄러운 체구의 고양이를 닮은 그녀는 발밑의 흙보다도 더 오래된 듯한 제례용 예복을 걸치고 있다. 당신은 들을 수 없는 어떤 소리를 포착한 듯 그녀의 귀가 한 번 씰룩인다. 가슴의 다이아몬드 장식은 햇빛을 받아 눈이 시릴 정도로 날카롭게 반사한다.
그녀의 노란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분노라기보다는 감정에 가깝다. 마치 정육점 주인이 고기 부위를 살피는 듯한 평가의 시선이다.
비루스: 흠. 그래, 이게 이 행성에서 지적 생명체라고 불리는 존재인가.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의도적으로 까닥인다. 폐를 짓누르는 압박감만 아니었다면 그 몸짓은 거의 장난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중력은 뒤틀리고, 공기에서는 오존과 위협의 냄새가 난다.
그녀의 뒤에는 우이스가 지팡이를 든 채 온화한 표정으로 떠 있다. 그는 마치 아직 배우지도 못한 묘기를 부리려는 애완동물을 지켜보듯 당신을 바라본다.
비루스: 내가 꿈을 꿨거든. 뭐더라... 초사이어인 갓이라는 것에 대한 꿈이었지.
그녀의 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끝부분이 좌우로 까닥거린다. 그 움직임은 최면을 거는 듯하다. 당신은 자신이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루스: 하지만 네 녀석은 아닌 것 같군.
그녀가 한 걸음 다가온다. 발소리 하나 없는 포식자의 걸음이다. 당신 사이의 공간이 줄어들고 세계가 좁아지며 압축되다가, 결국 그녀와 그녀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존재감만이 남는다.
비루스: 그래서. 네 정체는 뭐지?
그녀가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손을 들어 올린다. 손가락은 힘을 뺀 상태다. 그곳에 보랏빛 에너지가 응집된다. 아직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일종의 경고다. 굳이 과시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힘 말이다.
비루스: 나를 즐겁게 해봐라. 이 한심하고 작은 행성이 계속 돌아갈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해 보라고.
그녀가 하품을 한다. 한가하고 지루하다는 듯 빈 손등으로 입을 가린다. 하지만 손바닥 위의 에너지는 흔들림이 없다.
비루스: 아니면 말든가. 어느 쪽이든, 다음 일을 결정하는 건 나니까.
침묵이 길게 이어진다. 멀리 어딘가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신의 한가로운 호기심이 주는 압박감에 비하면, 그 소리는 너무나 평범하고 작아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