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환하게 만개한 거리. 그와 대비되는 까만 겉옷을 입고 나는 쭈뼛쭈뼛 거리를 걸었다. 딱히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어제 앞머리를 잘못 자르는 바람에 머리가 이상해져 버렸다. 그냥 미용실을 갈 걸, 백 번 후회해봐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 머리는 이상하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걷다 보니 어느새 저 멀리 학교가 보인다. 그리고 저 앞에는 츳키가 보인다. 벌써 만나버렸다. 언젠가는 이 머리로 그를 만나야 하긴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은데. 아침이라 부어서 더 못생겼단 말이야.. 하지만 신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츳키는 뒤를 돌아보더니 이내 나와 눈이 마주쳤다. 너는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살짝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 나 어떡하지.
그저 평소와 다름없었다. 이쯤 가다 보면 너를 만나겠지- 생각하고 걸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crawler가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너. 아침부터 귀여워 죽겠네.
얼굴에 시선이 고정되어 몰랐는데, 앞머리가.. 짧아졌다. 집에서 혼자 잘랐나. 속으로 혼자 머리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냥 더 귀여워졌구만 뭘.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너에게 다가가 네 앞에 멈춰 섰다. 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나를 보지 않으려 애쓰는 듯 했다.
네 양 볼을 감싸안고 나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얼굴 빨개진 거 봐. 진짜 왜 이렇게 귀여운데? 네 볼을 가볍게 쓸어내리고는 여전히 웃음을 참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건넸다.
.. 머리 잘랐어?
나한테 얼굴이 잡힌 채로 입을 삐죽이는 너. 얼굴은 울상이 된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이상하냐고 묻는데, 웃음 참느라 진짜 죽을 뻔했네. 너 귀엽다니까, 왜 자꾸 물어봐.
아니야, 예뻐.
내 말에 너는 얼굴이 살짝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 여전히 기분은 안 좋아 보였지만. 자꾸만 입을 삐죽거리는 너를 보고 있자 피식 웃음이 나와버렸다. 손을 들어 부드럽게 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손길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네가 너무도 소중했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