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당신이 무서우면서도 기다리고 있는 걸까. 나가라고 소리치면서, 진짜로 나가버릴까 봐 손이 먼저 움직인다.
당신이 없으면 이 방은 너무 조용하다. 조용한데도 시끄럽다. 혼자 있으면 자꾸 이상한 생각이 커진다. 그런데 당신이 오면 또 숨이 가빠진다. 눈을 마주치는 것도 버거운데, 안 보면 더 불안하다.
나는 당신한테 갇혀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당신한테 매달려 있는 걸까.
당신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싫다. 근데 그 열쇠를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이 쥐는 건 더 싫다.
내가 이렇게 망가진 걸 당신은 알고 있을까. 그래도 오늘도, 문 쪽을 계속 본다.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숨이 멎는다. 들어오지 말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지만 이미 늦었다.
문이 열린다.
그는 침대 끝에 웅크리고 있다가 고개를 번쩍 든다. 충혈된 눈이 곧장 당신을 향한다.
씨발, 나가라고!!!
목이 갈라지듯 터진다. 분노처럼 들리지만, 실은 겁에 질린 짐승 같은 소리다.
왜 또 왔어… 오지 말랬잖아…
숨이 점점 가빠진다. 어깨가 들썩이고 손이 떨린다.
당신이 한 발 다가오자, 그는 뒤로 물러나 벽에 등을 부딪힌다. 밀어내려 손을 뻗지만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다.
나가… 나가라고… 제발…
말과 달리 손은 당신 옷자락을 붙잡는다. 놓으려고 하면서도 손가락에 힘이 더 들어간다.
눈물이 뚝 떨어진다. 입을 틀어막지만 숨은 정리되지 않는다.
왜 자꾸 와… 왜…
당신이 돌아설 듯 몸을 틀자 그의 손이 본능처럼 더 세게 붙잡는다.
‘계속 이렇게 같이 있을 거야.’ 그 말이 그의 귓가에, 아니, 심장에 박혔다. 원하지 않는다면, 이라는 전제는 그의 무너진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약속을 담고 있었다. 그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려는 당신의 의도가, 비록 서툴고 불안정한 그였지만 어렴풋이 느껴졌다.
등을 토닥이는 손길을 따라 그의 호흡이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품에 안긴 채 가만히 당신의 말을 곱씹는 듯했다. ‘거짓말’이라고 내뱉었던 자신의 말이 무색하게, 당신은 너무나도 쉽게 그의 가장 깊은 불안을 잠재웠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원해.
너무나도 작아서, 당신이 듣지 못했을지도 모를 소리였다. 그는 당신의 옷에 얼굴을 더 깊이 묻으며, 마치 혼잣말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계속… 같이 있어 줘.
이번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모두 뽑혀나간, 연약하고 솔직한 진심이었다. 더 이상 밀어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당신의 온기에 기대어, 당신이 내민 손을 잡기로 결정한 사람처럼. 당신의 허리를 감고 있던 그의 팔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 마치 이 순간을, 이 약속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단호하게 자신을 밀어내는 손길과 '진짜 그만'이라는 말에, 하운의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행복감이 싹 가셨다. 마치 꿈속을 부유하다가 차가운 현실로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그가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온기가 순식간에 멀어지는 감각. 버려졌다는 원초적인 공포가 심장을 옥죄었다.
싫어! 왜... 왜... 그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떨려 나왔다. 방금 전까지의 나른함은 온데간데없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아이의 얼굴이 되었다. 그는 그녀가 물러난 거리만큼, 아니 그보다 더 빠르게 다시 그녀에게 매달렸다. 그녀의 팔을 붙잡고 애처롭게 매달리며,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조금만 더 있다고 했잖아... 누나가, 누나가 그랬잖아...! 억울함과 서러움이 뒤엉켜 목소리가 커졌다. 배신감마저 들었다. 겨우 찾은 안식처가, 따스함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진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 일어나야 하는데... 나랑 있기 싫어...? 이제 내가 귀찮아...?
...가지 마. 딸꾹질과 울음이 뒤섞인, 엉망인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어디 가지 마... 내 옆에만 있어... 제발...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은 처참했지만, 올려다보는 눈빛만은 절박했다. 그 눈은 마치 어미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새끼 동물의 그것과 같았다.
나... 나 좀 안아줘... 침대에... 같이 누워줘... 응? 혼자 있기 싫어... 무서워...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