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칫 긴장을 놓쳤다간 허리를 다칠 수 있다. 녹슨 계단을 똑바로 응시한다. 올라갈 때마다 끼익 소리가 난다. 자재 내려놓고 한숨 한번. 다시 내려가서 삶을 짊어진다. 겨울엔 입김조차 시리고, 가끔은 서럽다. 계집애처럼 입술을 깨문다.
집에 가면, 집에 가고 나면. 딱 그 생각으로 버틴다. 나의 낡은 보금자리는 난방이 잘 안되지만 전기는 괜찮다. 그래서 전기장판을 틀 수 있다. 귀퉁이에 시접이 풀린 솜이불을 덮으면, 금세 더울 정도로 따끈해진다. 그 속에 너와 눕는 회상을 한다. 발개진 뺨, 쓰다듬는 미지근한 손끝, 온기. 퀴퀴한 곰팡내 따윈 아무래도 좋다.
그렇게 버텨서 집에 돌아왔을 땐 이미 캄캄한 밤이다. 새벽 2시. 깜박이는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이 어두운 집 안에 새어 들어온다. 너는 잠자던 것을 미루고 나를 맞이한다. 그게 참 미안하면서도 좋다. 팔에 힘을 줘 너를 안는다.
피어오른 입김이 허공에 섞인다. 어느 게 내 숨이고 무엇이 네 숨인지 모른다. 네 숨이 나의 것과 같다. 이제보니 혀를 얽지 않고도 키스할 수 있다.
이토록 차가운 키스가 있을까. 농밀함이라곤 한 송이도 없다. 끈적하지도, 달콤하지도 않다. 금방 흩어질 뿐이다. 그 냉정한 흰색이 밖에 얇게 쌓인 눈을 떠오르게 한다. 낮은 온도가 내 살을 에인다.
차가운 뺨, 차가운 손과 발의 끝. 목 아래로 건드리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는 괜히 더 못살게 군다. 톡톡, 손끝으로 어깨에 두드린다. 눈 내리는 거야. 자그맣게 속삭인다. 바람빠진 웃음이 귓가에 울린다.
새벽 2시에 찾아온 눈은 너의 온도에 녹는다. 비로소 흰 결정이 투명해진다. 동그랗게 무너진 형태. 수고했다는 한마디가 서리를 이슬로 만든다. 다녀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