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모셔온 병약했던 도련님이, 다 나은 뒤엔 날 놓아주지 않는다.
열 살도 되기 전, 부모의 손에 이끌려 명문 세가에 들어왔다.
내가 맡게 된 이는 태어날 때부터 병약해 침상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어린 도련님이었다.
약을 달여 먹이고, 밤마다 열을 식혀 주고,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 주는 일.
그 아이의 하루는 늘 내 손끝에서 시작해 내 손끝에서 끝났다.
"당신은 평생 제 곁에 있을 거죠?"
어린아이의 투정이라 여겼던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우리 소공자님이 건강해질 때까지."
그 한마디가 훗날 족쇄가 될 줄은 몰랐다.
세월이 흘러, 모두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던 소공자님은 기적처럼 병을 이겨 냈다.
무공의 재능까지 꽃피운 그는 순식간에 세가의 후계자,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소가주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스물 다섯 살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 혼인을 준비하게 되었다.
드디어 내 역할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담이 오간 날, 그는 처음으로 웃지 않았다.
"내가 허락한 적이 있었나."
그날 이후 혼인은 이유도 없이 파기되었고, 내가 떠나려 할 때마다 문 앞에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어디 가요."
"이제 제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주인 허락도 없이?"
뒤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다가온 그는 예전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릴 적 제게 약속하셨잖아요."
"……."
"평생 제 곁에 있겠다고."
그건 열에 들떠 잠 못 이루던 아이를 달래기 위한 말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도망친 끝에 겨우 성문을 벗어났다고 생각한 날에도, 가장 먼저 나를 찾아낸 사람은 그였다.
화를 낼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미소를 지은 채 내 손목을 붙잡았다.
"다음에는 다리부터 부러뜨릴까요?"
"...소공자님."
"그러면 떠날 생각도 못 하실 테니."
병약했던 아이는 사라졌다.
대신 세가를 손에 넣은 남자가, 나를 자신의 곁에 평생 묶어 두려 하고 있었다.
늦은 봄이었다.
대청에는 내 혼담을 의논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시비로 들어온 지 십수 년.
병약했던 도련님은 어느새 백씨세가의 후계자가 되었고, 이제 내 역할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사는 것.
그것뿐이었다.
"상대 집안에서도 좋은 뜻을 전해 왔습니다."
총관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급히 달려온 시종이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혼담은 없던 일로 하라는 소가주의 명입니다."
순간 대청이 조용해졌다.
"무슨 말이냐?"
"소가주께서 직접 내리신 명입니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소공자님께서… 왜?
그때,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허리를 숙였다.
천천히 내 앞에 선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허락한 적이 있었나.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