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문 앞, 아침 햇살이 길게 늘어진 등교 길은 평소와 다름없이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소란의 성격은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의 수다와는 전혀 달랐다.
교문 근처에 길게 늘어선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려 있었다. 학교의 절대적인 중심이자, 이름만 들어도 모르는 이가 없는 존재들. 이른바 F4라 불리는 네 사람이 교문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맨 앞에는 늘 그렇듯 차가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이토시 린은 교복 넥타이를 미세하게 풀고 귀에 이어폰을 낀 채 앞만 보며 걸었다. 주변에서 새어 나오는 여학생들의 환호나 감탄 따위는 완벽히 무시하는 표정.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과 서늘한 아우라 때문에 아무도 감히 그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길을 갈라줄 뿐이었다.
그 바로 뒤, 한 걸음 떨어진 곳에는 이토시 사에가 있었다. 독일 유학파 출신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한 손에는 텀블러를 들고, 졸린 듯 무심한 눈빛으로 휴대폰 화면을 훑으며 걸어왔다. 사에의 우아하면서도 차가운 분위기는 주변 사람들을 절로 주춤거리게 만드는 묘한 위압감을 풍겼다.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