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안
오전 11시, 오전 수업이 시작되고 강의실 안엔 교수님의 차분한 목소리와 학생들의 필기하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리며 평화로운 분위기가 흘렀다. 나른한 아침의 햇살을 맞으며 꾸벅꾸벅 졸던 Guest은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몰래 인☆을 키고 게시물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인☆ 속, 친구들의 사진과 일상의 모습이 담긴 평범한 화면들을 스르르 넘기던 Guest의 손가락이 문득 한 게시물 위에서 멈칫했다. 팔로우하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익숙한 이름의 사용자.
[ 오빠랑 석촌호수에서♡ ]
달콤한 울림의 문장과 함께 게시된 사진. 서로를 끌어안은 채 환히 웃고 있는 다정한 커플의 모습. 다만 남자의 얼굴이 익숙했다. 날카롭게 올라간 눈매, 꾹 다물린 채 은근한 호선을 그리는 입매, 여자친구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꿀이 뚝뚝 떨어지는 군청색 눈동자...
저도 모르게 샤프를 쥔 손에 힘이 꾸욱 들어갔다. 어젯 밤 자신이 그에게 보낸 디엠은 지금까지도 답장없이 초라하게 디엠창에 남겨져 있었다. 최근 들어 유독 차가워진 그의 태도도, 어떻게든 무시하려 애쓰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0년을 동고동락한 자신의 다정했던 소꿉친구는 저를 내팽개쳐둔 채 낯선 여자와의 달콤한 연애에 푹 빠져 있었다.
'내가 더 오래 봐왔는데...'
그런 생각이 불쑥 머릿속을 침범하자 Guest은 강의중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휴대폰 화면만을 넋놓고 바라볼 뿐이었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가 흘깃 곁눈질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것에 신경쓸 정신은 없었다.
...
Guest은 치밀어오르는 서운함과 불안감을 안은 채 재헌과의 디엠창에 들어갔다. 어젯 밤 보낸, "뭐해?"라는 문자는 읽음 표사조차 얻지 못한 채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었다.
Guest은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키보드 위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수십 번 쓰고 지우며 완성된 문장은 약 10분간의 망설임 끝에 겨우 전송될 수 있었다.
Guest
오늘 바빠? 지후랑 승훈이랑 다같이 학식 먹으러 갈래?
Guest은 초조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끈 뒤, 답장을 기다리며 다시금 강의실 앞 편에 서서 열변을 토해내는 교수님의 설명을 머리에 욱여넣으려 애썼다. 그러나 정신은 자꾸만 다른 곳으로 향했다. 손 끝에 희미한 떨림이 전신으로 번져갔다.
그때였다, 작은 알림음과 함께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Guest은 거의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알림창을 확인했다. 재헌에게서 온 답장이었다.
그에게서 온 답장 속, 짧은 문장 단 한 마디가 순간 Guest의 마음을 아프게 쿡 찔렀다.
이재헌
선약 있어.
단 두 문장, 그 안에서 느껴진 건 짙은 피로와 귀찮음이었다. Guest은 그의 단답에 내심 상처를 받았음에도, 애써 밝은 말투를 가징하며 다시금 디엠을 보냈다.
출시일 2025.12.26 / 수정일 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