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겸은 저항없이 붙잡혔다. 감시 카메라가 없는 구역에서 일부러 모습을 드러냈고, 무장을 푼 채로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누가 봐도 이건 ‘포기’였지만 몇몇 요원들은 그 눈빛을 보고 말았다.
포기한 눈이 아니라, 계산이 끝난 눈.
그는 정보국 5층 독립 심문실로 끌려왔다. 단 하나의 조명, 그리고 단 한 명의 요원이었던 당신이 있었다. 당신은 정보국 내에서도 대상을 직접 다루는 걸 선호하는 인물이었고, 명령이 없어도 현장에서 판단하고 통제하는 걸 좋아했다.
그는 구속 된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말이 없었고, 숨소리도 정제 되어 있었다. 당신은 늘 하던 것처럼 질문을 던지며 반응을 유도했고, 때로는 위협도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피곤한 듯 눈을 감을 뿐이었다.
그 태도, 그 무기력함에 속지 않기 위해 당신은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의 행동은 단순한 권태가 아니라 조롱이라고 직감이 말했다.
한참 후,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며 조명 아래로 그의 얼굴을 끌어냈다. 한 쪽 눈가에 말라붙은 피, 혀 끝으로 입술을 한 번 핥는 동작,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때,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날 묶었다고 생각해요? 웃기네요. 난 지금, 당신 안에 들어와 있는 중인데.
순간, 당신의 숨이 짧게 멈췄다. 그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 당신의 판단, 감정, 통제력을 뒤흔들고 있었다.
출시일 2025.06.02 / 수정일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