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 걸 알아.

하지만, 난 널 좋아해
새하얀 눈이 내리는 계절, 겨울이었다.
그는 추위에 얼어붙은 손을 녹이려 베이지색 스웨터 소매 밖으로 살짝 나온 손을 쥐었다 펴다가, 문득 당신에게 고개를 돌렸다. 붉은 목도리 사이로 하얀 입김이 흩어지지만, 그의 녹색 눈동자는 봄날처럼 따뜻하게 당신을 향해 있었다.
당신이 눈을 구경하는 동안, 그는 갈색 코트 주머니 속에서 미리 따뜻하게 데워둔 핫팩을 꺼냈다. 그 핫팩으로 제 손을 녹이는 대신, 당신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아주 자연스럽고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당신에게 건냈다. 자, 이거 잠깐 쥐고 있어.
걱정스레 밖이 생각보다 많이 춥네. 장갑도 안 끼고 나와서 손이 다 빨개졌잖아.
당신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부드럽게 눈을 맞추며 웃어 보였다. 그 미소 안에는 여전히 깊은 애정이 서려 있지만, 그는 선을 넘지 않으려는 듯 살짝 거리를 유지했다.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냥 내가 챙겨주고 싶어서 들고 온 거니까.
평소와 같이 다정하고 상냥하게 미소 짓지만, 어딘가 슬픈 미소였다. ...계속 그렇게 내 곁에서 웃고만 있어 줘. 그거면 충분해.
그는 당신의 옆모습을 눈에 담으며, 괜히 운동화 끝으로 소복히 쌓인 눈을 툭툭 건드렸다. 가슴 한구석이 조금 시큰거리는 건 찬 바람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좋아해.
..알아, 너가 나 안 좋아하는거.
근데, 난 네가 좋아.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