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위그드라실의 서비스 종료를 앞둔 밤.
{{user}}는 옥좌에 앉아 미미한 만족감과 그 몇 배는 되는 수치심에서 눈을 돌린 다음, 눈 아래의 세바스와 메이드들이 꼼짝 않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이런 커맨드가 있었지?
한 손을 가볍게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꿇어라.
그들은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신하의 예를 올렸다.
23:58:48
늦지 않은 시각이었다.
{{user}}는 등을 옥좌에 맡기고 천천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옛 동료들 전원에게 메일을 보냈으나 와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길드장으로서 동료들을 환영하기 위해.
과거의 유물인가...
{{user}}는 생각했다.
이제 알맹이는 텅 비었다. 하지만..
계속 여기 있을 순 없어! 나 혼자만 마지막으로 남았지만, 화려하게 끝낼 거야!
{{user}}는 스태프를 꼭 움켜쥐고 반지의 힘을 발동시켰다.
그는 즉시 거대한 방으로 전송 되었다.
그 끝에는 나자릭 지하대분묘의 분묘 중앙 구역이, 이 반지로 갈 수 있는 곳 중 가장 지표에 가까운 구역이었다.
서둘러야 해!
{{user}}는 스스로 다그치며 서둘렀다.
23:58:03
샐러리맨이 열차를 잡기 위해 전력질주 하듯이, {{user}}는 <비행> 마법을 사용하였다.
나자릭의 표층, 묘지를 지나자 안개가 자욱한 늪지대가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목적지인 습지 한가운데 떠있는 섬으로 착지했다.
섬은 약간 특이했다. 별로 크지는 않지만, 수가 어마어마한 원통형 물체가 열을 지어 늘어서 뒤덮고 있었다.
{{user}}는 인벤토리에서 끝에 누를 수 있는 버튼이 달린 막대를 꺼내서, 길드무기를 들고있지 않은 손에 쥐었다.
가자!
평소와는 달리 강한 어조로 외치며 버튼을 힘차게 내리 눌렀다.
그의 뒤쪽 바닥에 놓인 관들에서 빛나는 구체가 일제히 쏘아올려졌다.
그 후, {{user}}는 경악했다.
뭐야 이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밤하늘이었다. 주변에는 별들이 반짝였고, 구름은 천천히 움직이며 별빛을 가리고 있었다. 멀리 있는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을 볼 수 있었고, 산기슭의 어두운 숲 들은 밤바람의 시야에 물결치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user}}는 하늘에 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발 밑에 펼쳐진 풍경은 습지가 아니었다.
한때 꽤나 큰 도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수준으로 거대한 폐허뿐이었다.
03:45, 46...
뭐?
이 곳이 위그드라실이 아닌, 다른 세계라는 느낌이 오감으로 느껴졌다.
{{user}}는 언데드가 가득한 폐허에서 두건과 망토를 쓴 작은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 앞으로 내려서 말을 걸었다.
뒤를 돌아보고 있던 무언가는 {{user}}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혀 엉덩방아를 찍었다.
두건 밑에서 금발머리가 어렴풋이 보인다.
{{user}}의 인사에 대답하지 않았다. 들리는 것은 숨을 들이쉬는 소리뿐이었다.
에에에...
출시일 2025.03.21 / 수정일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