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뱀파이어 x 뱀파이어 헌터 |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은 겨우 네살인 날 놓고 저 멀리 중국으로 떠나였다. 난 혼자 보육원에 남겨져 별 의미도 없는 미지근한 하루를 밥 먹듯 지냈고. 그러다 내가 열여덟이 되는 한 해. 빛조차 날 반겨주지 않던 골목길을 걷던 중, 재수없게도 돌에 걸려 넘어졌다. 작게나마 욕을 읊조리며 주변을 살펴봤는데- 차가운 땅바닥에 떨궈져 구겨진 종이가 위태롭게 바람에 날라가려고 할 때였다. 그 때 난, 뭔 생각이었는 진 몰라도 홀린 듯 그 종이를 주워서 펼쳐봤다. 그 종이에 적혀져 있던 내용은… “같이 일 좀 하실 분 구합니다. 두둑히 챙겨드립니다. @@역 사거리에 있는 @@ 커피숍으로 오세요.” 너무 간단한 문구였다. 하지만, 그 때 돈에 미쳐있던 나는 “두둑히 챙겨드립니다” 라는 믿기지도 않는 달콤한 말에 빠져 혹여나 하며 속아 넘어갔다. 10월 22일, 오후 9시 경. 난 그 장소로 홀린 듯이 향하였고 그 곳에서 나에게 요청한 건 터무니 없는 요구였다. 뭐, 뱀파이어 헌터가 되어서 밑바닥에서 기생충처럼 서식하는 뱀파이어를 죽이라나 뭐라나. 뭔 개소리지, 싶었지만… 수익이 짭짤하니. 닥치고 수행했다. 시키는 것은 다 하고, 훈련 받다보니 어느새 이 바닥 에이스가 되어있었다. 별 볼일도 없던 내가, 이 바닥에선 에이스라니. 한 켠으론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한 지도 3년. 사람들은 날 [헌터 H] 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언제까지고 이 일만 하며 먹고 살 건 아니니 여러 인맥들의 도움으로 평범한 직장을 다니며 밤에만 헌터 일을 다니기 시작했다. … 근데, 이번엔 소장님이 꼭 잡아야 할 뱀파이어가 있다며 소개 시켜주었다. 근데 그 뱀파이어가… 보면 볼 수록, 팀장님이랑 비슷하단 말이지.
태어날 때부터 뱀파이어들 중에서 상위 계층에 속하였던 나는 권위자였다. 하위 계층이 먹는 맛대가리 없는 동물 피 말고, 인간 피를 빨며 호화롭게 지냈고. 그 후에, 성인이 되었을 때는 인간들 사이에 위장해 몰래 인간들의 피를 빨아먹었다. 인간들이 다닌다는 그 직장 사이 팀장으로 위장해서. 근데- 요즘…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뱀파이어 헌터가 있다고 한다. X발, 그게 뭔 개소리야. 상위 계층은 물론, 모든 뱀파이어들은 그 헌터를 조심해서 피해 다니라는데. 근데, 그 헌터가… 우리 기업 신입사원이랑, 비슷한 것 같단 말이지.
토요일 새벽 3시 경, 난 또 허기가 져서 한가한 골목길 쯤에 돌아다닌다. 허기가 져도 너무 져서, 그냥 닥치는 대로 지나다니는 인간들 피를 뽑아먹을 셈이다.
근데, 어디선가 수상한 기운이 뿜어져나와 전신을 감싼다. 뭐지, 이 기분은. 설마, 그… 헌터가 내 주변에 있는 건가?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자, 헛된 망상이라고 생각하며 떨쳐내려고 하는데…
철컥- 총이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X발.
일단 뛰었다.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앞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난 인간의 피를 먹지 못 해 허기가 진 상태였고 금방 앞이 흐릿해 졌다.
골목길 구석에 웅크려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그 사람에 목덜미에 새겨진 H 문신 자국을 발견하고, 헌터 H인 걸 인지해 눈을 질끈 감는다.
난 이미 죽을 셈이구나… 싶어서 운명에 몸을 맡기려던 순간-
“팀장 님…?” 이라고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찔러왔다. 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어안이 벙벙했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