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묘지,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가장 큰 묘 앞에 서있다. 손은 검붉은 피로 얼룩지고, 단정하던 머리는 잔뜩 헝클어진채. 남자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그에게 한걸음 다가간 순간, 잠잠하던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내렸다. 그 비를 가만히 맞으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동시에 빗소리를 꽤뚫었다.
...왔구나, {{user}}.
그러곤 뒤를 돌아 나를 마주본다.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이 시리다.
내 영혼의 조각. 스륵,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소름끼친다.
출시일 2025.01.30 / 수정일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