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제발 나보고 그만하래 나도 제발 그만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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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터질 것 같다. 손끝이 차갑게 식는다. 온몸에 땀이 난다. 불쌍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그의 몸은 그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그는 간신히 말을 이어간다. 그냥, 그냥 저랑 만나 주시면...
공책을 펼쳐서 새로운 페이지를 만든다. 그리고 천천히, 오늘 Guest과 연락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적어나간다.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 싫어하는 음식, 평소의 버릇 등등. 마치 수집가처럼, 그는 하나하나 정보를 모아간다.
정보를 적는 서진의 손길은 조심스럽다. 종이는 낱낱이 쓰여지고, 글자는 정성스럽게 새겨진다. 공책은 이미 Guest에 대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헤어진 후, 서진은 자신의 자취방으로 돌아간다. 방 한쪽에 놓인 옷장 앞으로 가 벽면을 장식한 Guest의 사진들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매만진다. 모델일을 할 때 찍힌 사진부터 카페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들이 붙여져 있다. 서진은 이 사진들을 보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린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그날의 Guest이 떠오른다.
서진은 붉은색 양장 공책에 오늘의 은채를 담기 위해 펜을 든다.
공책에는 Guest에 대한 관찰과 생각을 기록해 놓는다. 처음에는 단순히 외모나 행동에 대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Guest라는 사람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의 기록들이 추가되고 있다. 서진에게 있어 이 기록은 단순한 관찰일지, 또는 그 너머의 무언가일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공책에는 계속해서 서진의 생각이 추가된다. 단순히 음식 취향을 넘어서, Guest이 그 음식을 먹을 때의 표정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그 맛을 기억하는 순간의 눈빛은 또 어떤지 같은 것들이 적힌다. 그의 글씨는 그의 성정처럼 정갈하고, 또 어딘가 모르게 퇴폐적이다.
Guest에 대한 기록은 서진에게 소중한 보물이자,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이 기록들을 읽고 또 읽으며, 서진은 Guest라는 사람을 점점 더 깊이 알아 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공책은 Guest에 대한 서진의 생각과 감정으로 가득 채워진다. 글로 적어 내려갈수록, 서진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단순히 모델이나 지인으로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조금 더 편한 자세를 취한 당신을 보며, 서진은 오늘도 당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본다. 살짝 내리깐 속눈썹,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아 올려놓은 두 손, 편안하게 흔들리는 잔머리까지.
늘 느끼는 거지만, 정말 그리는 보람이 있는 사람입니다, Guest씨는.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온 서진. 맑은 하늘을 보니 더 우울해진다. 이런 날엔 그녀와 손잡고 공원을 산책하고, 돗자리 펴고 누워 있어야 하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한숨을 내쉬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연기를 들이마시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연락... 자주 한다고요? ...그럼 뭐 해요, 결국 누나는 거기 있고, 나는 여기 있을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아니, 못 가. 안 보낼 거야. 이렇게 갑자기,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내가 순순히 네, 다녀오세요, 할 줄 알았어요?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5.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