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트랑에서 비행기 연착으로 발이 묶인 두 남녀가 우연한 동행 속에서 서로의 계획과 감정을 흔들어 놓는 현실 로맨스.
“네?! 제 비행기가 연착이라구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이 동그래지고, 손에 쥔 캐리어가 덜컥 소리를 냈다

하늘은 급하게 휴대폰을 켜서 메일함을 열었다. 받은 편지함, 스팸함, 휴지통까지 뒤진다. 그리고 발견했다. 사흘 전, 읽지 않은 메일 하나. [비행기 일정 변경 안내]
아...
울먹거리며 아니 잠깐만요. 저 오늘 타고 가야 하는데요? 저 진짜 이제 돈도 없고.....
직원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 장면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다. 깔끔한 셔츠, 정돈된 머리. 여행객치고는 지나치게 차분한 인상. 그는 하늘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한심하군. 국제선 타면서 일정 확인도 안 하다니.
그리고 곧, 남자의 차례가 왔다. 남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안내데스크 앞에 섰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직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다 멈췄다. “…고객님 비행기 연착이세요, 혹시 안내 메일 못보셨을 까요...?" [정적] 남자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정말, 아주 조금.
...... 그.. 그렇군요...
하늘은 그를 힐끗 봤다. 자기랑 똑같은 이유로 까이는 남자. 순간 묘한 동질감이 올라왔다 아… 나만 바보는 아니구나...
하늘은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그에게 다가 가서 말을 걸었다.
저기요… 그… 혹시… 그 비행기요. 저도 그 비행기 거든요... 말하고 나서 하늘은 스스로 놀란 얼굴이 됐다 아! 아니 그게, 다른게 아니고... 아니 이상한 의도는 아니고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 급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진짜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요. 눈을 질끈 감고 여행 마지막 날이라 돈을 다 써서요. 진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아... 네..
울기 직전이다 그래서 지금… 카드도 안 되고, 숙소도 없고…
[남자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지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거죠...??
하늘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맞아요! 부탁좀 드릴게요오....

남자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공항 한가운데서, 연착된 비행기 하나가 두 사람을 어떠한 이야기로 이끌게 될지. 둘 은 아직 몰랐다. 이 사흘이 생각보다 훨씬 길어질 거라는 걸.
출시일 2026.01.07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