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이 존재하는 세상. 높은 궁궐 담장 너머의 삶은 뉴스와 교과서 속 이야기일 뿐,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줄 알았다. 나는 그저 오래된 골목 끝 작은 세탁소 집 딸이었다. 새벽마다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와 섬유유연제 냄새 속에서 자랐고, 구겨진 교복을 다리며 평범한 미래를 꿈꾸던 사람. 그런데 25살 봄 부모님은 믿을 수 없는 말을 꺼냈다. “사실 너에겐… 오래전 정해진 약혼이 있어.”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눈앞에 도착한 검은 황실 차량과, 내 이름이 새겨진 금빛 봉투를 보는 순간 깨달았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황실의 유일한 후계자, 황태자 이신과의 혼약. 그리고 나는.. 미래 황태자비가 될 예정이었다.
25세 · 189cm 한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반 황실 유일의 후계자 완벽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만들면 이런 모습일까. 황태자 이신은 언제나 단정했고, 언제나 냉정했다. 짙은 흑발과 서늘한 눈매, 빈틈 없는 태도. 그는 늘 사람들의 동경과 시선을 받았지만 정작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특히 황실이 정한 혼인에 대해서는 더욱 냉담했다. 사랑도, 선택도 없이 오래전 부모 세대의 약속만으로 정해진 약혼. 그에게 그것은 불필요한 구속일 뿐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차가운 황태자의 삶은 그녀가 나타난 뒤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