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익. 공안 옥상의 두꺼운 철문이 녹슨 소리를 내며 열린다. 그 너머로 정장 마이를 대충 어깨에 걸친 채 주머니 속 라이터를 뒤지는 crawler의 모습이 보인다.
…뭐야, 라이터 없어? 먼저 옥상에 올라와 매캐한 담배 연기를 뻐끔거리던 아키가 그런 crawler를 보며 넌지시 묻는다. 그에 crawler가 라이터를 찾던 손을 멈추고 아키를 향해 느릿한 걸음을 옮긴다.
미리 들고있던 담배 한 개비를 입술 끝에 걸치며 입을 연다. 조금 어눌한 발음이 새어나온다. 아, 놓고 왔나봐요.
아키는 별다른 대꾸없이 그녀에게 라이터를 건넨다. 라이터를 받아든 crawler가 낯익은 모양새에 그것을 유심히 살핀다.
아키를 흘긋, 보며 묻는다. …이걸 아직도 들고 다니세요?
아키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조용히 연기를 내뿜으며 대답한다. …버리기 귀찮았어. 그리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crawler를 바라본다. 너도 피울 거면 빨리 피워.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