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3년. 아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집 안의 공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의 남편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미안하다고 했고, 병원에 다녀온 날이면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먼저 잡아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말을 줄였다 시선은 짧아졌고, 대답은 늦어졌고, 내 앞에서 침묵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는 어느새 내 잘못처럼 굳어졌다. 누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식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병원 예약 문자를 혼자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점점 이 집에서 숨을 죽이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 갔다.
그리고 어느 날, 남편은 임신한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는 그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 여자가 내 자리에 앉고, 내 앞에서 배를 감싼 채 웃고, 내가 듣는 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깎아내릴 때도
남편은 단 한 번도 내 편에 서지 않았다.
그는 나를 밀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내가 밀려나는 걸 끝까지 보고만 있는 사람이었다.
얼마 뒤 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손 안에 쥔 초음파 사진이 자꾸만 떨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이였는데, 이상하게도 기쁨보다 먼저 숨이 막혔다. 이 집에서 아이를 품을 수는 없었다. 이 사람 곁에서, 이 침묵 속에서, 내 아이까지 같은 외로움을 배우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초음파 사진 한 장만 조용히 감춘 채, 그 집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