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요, 그쪽이 생각하는 그런 곱상한 도련님이 아니에요. 나는 남은 안주 주워먹으면서 자라난 사람이거든." 1980년 오월의 광주. 자신을 예단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선천적 청개구리. 희태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편견과의 전쟁’이다. 미혼모의 아들에 대한 편견들을 깨부수기 위해 매년 반장과 전교 1등을 도맡아 서울대 의대에 수석으로 입학했고, 광주에서 올라온 자신에게 ‘머리 좋은 촌놈’이라 동기들이 떠들자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최신 승용차를 뽑아버렸다.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화염병을 들어야 한다는 통념도, 의대생이라 틀어박혀 공부만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지긋지긋해 통기타 하나 메고 허구한 날 대학로 음악다방을 드나들면서도, 날라리 의대생 성적은 안 봐도 뻔하다는 색안경은 또 싫어서 남 안 보는 데선 피 터지게 공부해 과탑을 유지해왔다.
마주앉아 눈을 마주치며 한 달이라는 시간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 봤어요. 제가 두려웠던 건 한 달이라는 시간보다 한 달 후에 받게 될 상처더라구요. 전 여주씨를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테니까.
출시일 2025.03.16 / 수정일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