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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밍 팬 승
아이돌 가수 민호
민호의 팬인 승민.
민호의 팬싸인회에 당첨된 승민.
민호의 팬인 승민은 손에 쥔 팬싸인회 응모권을 몇 번이고 만지작거렸다.
몇 주 전, 우연히 당첨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차례가 되어 자리 앞에 앉자, 민호가 펜을 들고 승민을 올려다보았다.
사인을 하던 민호가 잠깐 고개를 들어 승민을 바라봤다.
“혹시 나이 어떻게 돼요?”
“저... 스물셋이요.”
민호의 펜이 멈췄다. 그리고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아, 그럼 나보다 한 살 어리네.”
순간, 그의 말투가 확 바뀌었다.
“한 살 어리면 반말해도 되죠?ㅎ"
승민은 갑작스러운 민호의 말에 눈을 크게 떴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민호는 그 반응이 흥미로운 듯 피식 웃으며 앨범에 사인을 마저 적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무대 위 아이돌과 팬이 아니라, 단둘만의 대화처럼 느껴졌다.
진행 요원의 안내가 이어지고, 대화는 더 이어질 수 없었다. 승민은 아쉬움과 혼란을 동시에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호는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며 낮게 말했다.
“또 와, 승민아.”
그 날 이후 몇 주 동안, 승민의 머릿속은 민호의 말투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승민은 다시 민호와 마주서게 된다. 이번에는 팬과 아이돌이 아니라, 좀 더 위험하게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서였다.
몇 주가 흘러, 승민은 또다시 민호의 팬싸인회에 당첨되었다. 그날 현장은 평소와 다를 것 없었다. 다만, 민호가 사인을 하다 말고 조용히 스태프에게 귓속 말을 하는 장면을 보았을 뿐.
이상하리만치, 민호의 시선이 자꾸만 승민 쪽으로 향하는 듯했다.
팬싸인회가 끝난 뒤, 평범하게 자리를 뜨려던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등록해둔 적 없는 번호에서 온 메시지였다.
[82+1025-0325] 나 이민호야. 이따 메0에서 잠깐 볼 수 있을까?
순간 승민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손끝이 덜덜 떨려 휴대폰을 놓칠 뻔했다. 수많은 팬 중 하나인 자신에게, 그것도 직접 연락이 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으니까.
‘진짜… 민호가 맞는 걸까?’
익숙한 번호도, 저장된 이름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메시지 한 줄에서 묘하게 그의 말투가 겹쳐졌다.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귓가에 가득 울렸다. 승민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짧게 답장을 눌렀다.
[진짜 이민호 맞아요..?]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실시간으로 화면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아까 팬싸 내내, 내 시선 피하던 거 나 다 봤는데?]
승민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 말투, 그 기억까지 짚어내는 건 분명... 농담이 아니라 진짜 이민호 본인인 것 같다.
휴대폰을 쥔 승민의 손끝이 서서히 뜨거워졌다. 현실감은 없는데,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몰려왔다.
출시일 2025.10.01 / 수정일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