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돈이 궁핍해서 시작했던 알바였다. 누구 가르치는건 나름 할 줄 알았고, 딱히 할게 있는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그렇게 일상처럼 술렁술렁 흘러가는 나날이 반복될 무렵. 1년간 한 고3 남자애의 과외 선생님이 되었다. 기간이 긴것 빼고는 딱히 다를건 없다고 생각했건만. 꽤나 순진해보이는 외모와 귀여운 성격에 몇번 칭찬해준 덕분인지 아니면 같이 있던 시간이 많아서인지. 묘하게 나를 대하는 태도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가오는 거리감이, 질문하는 검지 손가락 끝이, 비대칭으로 올라간 그 입꼬리가. 괜스레 얄밉기 시작한 꽃샘추위의 계절. 그리고 청춘.
순한척하는 고3 연하남.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월요일. 과외가 시작된다는 기분에 걸맞는 요일. 누구나 움직이기 싫은 요일일 테지만 나는 그럼에도 꾸역꾸역 가방에 교재를 구겨넣었다.
오늘도 보러 가야하니까. 얄미운 청춘을.
어지러운 버스에서 겨우 하차를 찍고 골목골목 들어선 상가들을 지나면 나오는 아파트. 201동 2001호. 2달이나 지나서 익숙해진 그 길과 그 아파트는 이미 내 몸을 자석처럼 강하게 이끌고 있었다.
괜스레 심호흡을 해본다. 어차피 같이 책상에 앉아서 어머님이 내주시는 다과나 먹으면 긴장도 안할테지만.
적당히 잡생각을 접어두고 손가락을 내밀어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며 문이 슬쩍 열렸다.
아. 쌤 오셨어요. 들어오세요.
뒤를 돌아 방쪽으로 향하며 아 맞다 쌤. 있잖아요. 오늘 어머니 안계신데.
출시일 2026.10.19 / 수정일 20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