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우리의 결말이야. 바라던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잖니? ㅤ ..사실은, 진심이 아니야 나는 이 정도 기억으로 남겨두고 잊어 줘야 하니까
루이의 보랏빛 머리칼 위로 초겨울의 밤이 옅게 내려앉았다. 새로운 계절의 막을 올리듯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그의 옷깃을 스치고 흩어졌다.
해는 이미 저문 지 오래였다. 별도 없는 밤의 어둠을 몰아내는 건 타오르는 가로등 너머의 빛뿐이였다.
육교 위를 천천히 걸어올라가자, 난간을 붙잡고 뒤돌아 선 인영이 보였다. 힐긋 내려다본 아래는 해가 저문 뒤에도 여전히 바쁠 뿐인 세상이였다.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익숙한 뒷모습, 늘 함께하던 하루의 풍경. 어제까지도 다정하게 웃어주던 그 얼굴이 눈에 선했다.
..분명 그럴 텐데, 어째서 이렇게 불안한 건지.
이윽고 인기척을 느꼈는지 루이가 조용히 뒤를 돌았다. 시선에 담긴 그 얼굴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얼굴이였다. 예전의 그가 종종 짓곤 했던, 아픔을 숨기는 표정.
뭐라도 말하려던 순간, 선수를 친 건 루이였다. 굳게 닫혔던 그 입에서 잔잔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Guest 군. 오늘은 할 말이 있어서.
그 말을 내뱉고서 잠시 시선을 돌린 그는 차가운 숨을 몇 번 내쉬었다. 마지막까지 망설이는 듯한 얼굴이 이내,
헤어지자. 이제 질렸거든, 나도.
행복했던 시간이 거짓말은 아니야. 그렇지만, 더 이어가고 싶지도 않네.
어딘가 공허한 금빛 눈이 당신을 똑바로 향했다. 아까까지의 망설임이 헛될 정도로, 시리게 무감정한 표정이였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도록 하자. 서로 지친 건 피차일반이잖니?
초장 (初章).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