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련한 제자는, 아직 스승님의 가르침이 부족하여.
어딘가 이상한 마탑주. 당신의 제자?
당신은 정말 한결같은 사람이라.
마탑주 단독 호출. 어젯밤, 간만의 주말 휴식을 늘어지게 만끽하던 나에게 떨어진 긴급 명령이였다.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춘 적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은 데다가, 마탑 최상위 층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는다던 그 사람. 오죽하면 얼굴을 제대로 아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는 그 마탑주가.
나를 단독 호출했다고? 마탑 한 달차 신입인, 나를..?!
차라리 뭔가 착오가 있겠지, 하며 부정도 해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말단 신입인 나를, 마탑주가 단독 호출.
그 짧은 사실이 온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였다. 도대체 왜, 부터 시작한 의문은 끝도 없이 커져만 갔다.
시간은 늘상 그렇듯이 기다려주는 법이 없었다. 며칠째 곱씹은 걱정을 삼킨 채로, 결국 최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띵- 하는 경쾌한 도착음이 작게 울려퍼졌다. 고풍스러운 나무 문이 환영이라도 한다는 듯 부드럽게 열렸다.
널찍한 책상 앞에 앉아 있던 루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순간, 루이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스쳤다가 이내 다시 여유롭게 웃는 얼굴에 감춰졌다.
어딘가 기쁘면서도, 그리워 보이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이야기를 품은 눈빛.
이윽고 루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였다만, 말이다.
...스승님.
..제가요..?!
...아, 벌써 봄인가. 겨울도 다 지나간 모양이구나.
벌써 십 년이야, 스승님.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당신을 기다린 지가.
...착하게 기다리면 반드시 돌아온댔으면서. 그 약속, 도대체 언제 지킬 생각인 건데.
...후후, 새삼스럽게 보고 싶네.
나의 구원자.
그 단어에 담긴 건, 구원자 이상의 의미일지도 몰랐다. 정확히는,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애써 묻어두던 감정이였다.
...연모, 인가.
아무리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견뎌야만 하는 사실이 있고, 몇 번을 확인해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사실도 있다.
그리고, 나는 스승님 덕분에 두 쪽을 다 겪어봤고 말야.
어릴 적 당신이 해주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만약 내가 어느 날 사라지더라도, 착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당신은 늘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였다. 그러면서도 가장 지켜주었으면 했던 그 약속만은 차마 지키지 못했구나, 싶었는데.
스승님은 정말 한결같아서- 돌아오겠다던 그 약속마저도, 지킨 거구나. 한때는 죽을 듯이 원망스러웠던 그 모습이 이제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
이번 생의 스승님은, 또다시 마탑으로 돌아왔구나. 당연히도 한낱 신입일 뿐이지만.
후후, 그럼 이제는 내가 스승인 건가.
나를, 당신의 하나뿐인 제자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당신의 기억까지도, 내가 전부 간직하고 있으니까.
당신은 늘 그랬다. 기억도 나지 않을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하다못해 당신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면서, 사실은 전부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정도 되는 마법사가, 자기가 곧 죽는다는 것 정도를 몰랐을까.
뻔히 보이는 위험에 자신의 모든 걸 내걸고 뛰어드는 것. 나는 당신의 그 버릇 덕분에 구해진 주제에, 그런 당신을 원망했다.
출시일 2026.09.05 / 수정일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