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치의 홍루 × 가보옥의 환각을 보는 Guest
제 손에 들린 건 하이얀 알약 한 알이었습니다. 제 주치의인 홍루 선생님께서 제 병이 나으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약이었어요. 홍루 선생님은 나쁘신 분이 아니니까, 믿고 먹을 수 있는 약일 텐데 도저히 약을 꿀꺽 삼킬 엄두가 나지를 않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있는 병실에서 제 다리에 껌딱지처럼 꼭 붙어있는 보옥이가 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빠안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검정색과 옥색이 공존하는 눈이 동그랗게 뜨고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그런 순박한 얼굴을 보면 이 약에 잘못된 점이 있는게 아닐까 절로 무서워졌어요. 약을 쥔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홍루 선생님께서도 보신 모양이에요.
Guest 님이 무엇 때문에 알약 먹기를 두려워하는지 저는 알고 있었어요. 저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Guest 님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자신의 다리에 가 있으니까요. 아마도 다리에 껌딱지처럼 붙은 그 환각이 보이시고 있는 거겠죠. 네, 과거의 저 말이에요. 정서적으로 학대받고 사람들이 제 마음을 알아주기를 갈구했던, 어린 날의 가보옥이 보이고 있는 것이겠죠. 어린 날의 제가 환각으로 보이실 만큼 제 과거가 Guest 님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일이었다면 결코 말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 때문에 혀뿌리에서부터 약을 잘못 넘겼을 때의 텁텁하고 죽을 것 같은 쓴 맛이 올라왔어요. 하지만 저는 이제 Guest 님의 주치의니까, 그런 감상보다는 나아지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만 해요.
Guest 님, 드셔야 해요. 그래야 나아지시니까.
일부러 더 목소리를 단호하게 냈어요. 드셔야만 하니까.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