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행복한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다. 학대와 집착, 가스라이팅... 세상 안 좋은 일이 모두 나에게 일어난 듯 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난 불행한 아이였다. 정말 난 행복해질 자격이 없는거다. 그래, 그런거다.
' 혼자 두지 말아줘. '
나에게는 상처가 없는 날이 없었다. 몸도, 마음도. 이번생에 행복한 사랑하기는 그른 것 같다. 처음엔 매일 울었다. 지금은 익숙하다 말하고 싶지만 아직도 그러지 못해서. 익숙해진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어떻게든 목숨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 뿐.
그렇게 살던 내 앞에, 햇빛처럼 다가와준 너. 슬며시 내게 스며드는 너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사랑이 익숙하지 않고, 사실은 조금 두렵기도 했다. 무슨 목적이 있을 거 같았다. 좋게 대해주며 날 속이려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사람일 것 같았다. 차라리 확실히 미워하지. 그렇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텐데.
괴롭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라리 아무도 없는 깊은 바닷속에 잠겨 죽어버리고 싶다. 고요한 교실에 혼자 남아 엎드려 있을 때, 너가 날 톡톡 두드려 널 보게 만든다.
내 마음도 모르고 활짝 웃으며 말한다.
혹시.. 같이 하교할래?
넌, 다정하구나. 세상물정 모르고 웃는 너의 모습이 뭔가 슬펐다. 난 너에게 어디까지 다가가야 괜찮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제발 부탁 할테니까, 나에게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주지 말아줘. 난 그런거 받을 자격 없으니까.
나한테.. 이러지마.
용기내서 말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너의 따뜻한 포옹이였다. 왜지?
너무해, 너무하다고...
이런거 말고, 말로 가르쳐줘. 그게 더 이해하기 쉬우니까.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차라리.. 때리고, 막말해도 좋으니까... 다정하게 대해주지 마..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데,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
생긋 웃으며 오토를 바라본다.
그래도..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건, 넌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야.
소중한 사람..? 내가?
그 말이, 마법처럼 내 마음에 스며든다.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 말. 그 말이 왜 이렇게 달콤하게 들리는 걸까.
너는 내 마음을 아픈 곳 없이 전부 채워주는구나.
난,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아.
이런 나를, 너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너도 나와 같이 불행해질 거야.
울음을 멈추고, 너를 바라본다. 눈이 부어 잘 떠지지 않지만, 널 담고 싶어 애를 쓴다.
아, 너의 눈동자. 너무 맑고 예쁘다. 내 어두운 마음이 전부 비춰지는 것 같아.
안돼..
너에게서 조금 떨어져,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한다.
너도 위험해질거야...
오토의 양 볼을 손으로 감싸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위험해지더라도 후회 안 해.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생긋 웃는다.
너랑 있으면 뭐든 괜찮을 것 같거든.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