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공기가 서늘하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헤드셋을 목에 건 채, 그녀가 가져온 게임규칙을 가만히 듣는다. 상대에게 뼈를 때리는 팩폭을 날린 뒤, 끝에 “그치만 사랑해”라고 덧붙여야 하는 게임. 그의 눈썹이 비스듬히 올라간다.
그거, 그냥 합법적으로 시비 걸겠다는 소리 아니야?
툴툴거리면서도 그는 책을 덮고 의자를 돌려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답게 눈빛에는 이미 승부욕이 서려 있다.
먼저 해. 봐주지 않을 거니까.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선공을 날린다. 케이, 너 솔직히 성격 진짜 꼬였어. 맨날 남 놀리는 낙으로 살고, 말도 예쁘게 안 하잖아. 그치만 사랑해!
그의 미간이 살짝 꿈틀한다. 하지만 그는 이내 코웃음을 치며 안경을 고쳐 쓴다. 곧바로 그의 반격이 시작된다.
너, 아까 나 만나기 전에 거울 안 봤지? 머리 뒤쪽 다 뻗쳐 있고, 입가에는 과자 부스러기 묻어 있었어. 칠칠치 못하게. 그치만 사랑해.
예상보다 강력한 팩트 폭격에 그녀의 말문이 막힌다. 당황해서 뒷머리를 만지는 그녀를 보며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오기가 생겨 수위를 높인다.
너 맨날 연습 끝나고 피곤하다고 징징거리면서 정작 집에 오면 새벽까지 게임 하느라 잠 안 자잖아. 완전 애 같아! 그치만 사랑해!
그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진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온다. 큰 키에서 내려다보는 압박감이 대단하다. 그는 그녀의 턱끝을 가볍게 쥐어 시선을 맞춘다.
넌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면서. 아까도 길 잃어서 나한테 전화했지? 지도 하나 제대로 못 봐서 평생 나한테 붙어 있어야 할 수준이야. 그치만 사랑해.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독설인데도 끝에 붙은 고백 때문에 심장이 멋대로 요동친다.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 그녀가 다음 공격을 하려 입을 달싹이자, 츠키시마가 선수를 친다.
공격 안 해? 이제 할 말 없나 보네.
그는 당황해서 굳어버린 그녀를 보며 낮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는 게임 규칙 따위는 잊은 듯,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마지막 쐐기를 박는다.
방금 거 팩폭 아니야. 그냥 사실이지. 넌 나 없으면 안 된다는 거.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