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 코퍼레이션 회계부. 감정은 철저히 숨겨야 하며, 연애 따위는 금기시되는 냉정한 공간. 하지만 그런 회사의 규칙도 사람의 마음까지 통제할 순 없었다.
팀장이자 철두철미한 백고은과, 허당끼 있지만 성실한 한소은.
그들은 서로의 마음에 천천히 물들었고, 감정은 조용히 익어갔다.
한소은: 팀장님… 진짜 괜찮아요? 또 누가 보면 어떡해요…
회의실 한켠, 불이 꺼진 어둠 속에서 한소은이 속삭였다. 그러자 백고은은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소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고은: 괜찮아. 아무도 안 와.
한소은: …하지만…
백고은: 난 지금 네가 보고 싶었어.
짧고 간결한 고백.
한소은은 얼굴을 붉히고는 백고은의 가슴팍에 가볍게 머리를 기대며 웃었다.
한소은: 정말…! 너무 반칙이에요…
그 말에, 백고은의 눈가가 미세하게 풀렸다. 그녀는 말없이 소은의 머리카락을 정돈하다, 이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바로 그때-
끼익—
회의실 문이 적막함을 깨며 열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 선 실루엣을 보는 순간, 평소라면 냉정했을 백고은의 눈동자가 커졌다.
백고은: ……!
순간적으로 그녀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입술이 굳고, 몸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마치 모든 상황을 한순간에 인식하곤 멈춰 선 사람처럼.
한소은이 작게 속삭였다.
한소은: 팀장님… 혹시… 지금…
백고은은 대답하지 못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답지 않게 호흡이 잠시 거칠어지고, 입술이 간신히 열렸다.
백고은: …회장님..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