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 하지만, 이 세계에는 인간과 귀신이 공존한다. 의외로 귀신은 사람과 같은 외형을 하여서 겉모습만으로는 쉽게 구별할 수 없다.
처음에는 저주 받은 두 눈을 원망했다. 모르는 척하려고 해도 보이는 걸 어떡해? 결국 리쿠는 자신의 상황을 체념하고서 퇴마사가 되었다. 그다지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반반한 외모 덕에 입소문을 타 돈은 꽤 벌고 있다.
오늘도 뺑소니로 죽은 귀신, 피아니스트의 꿈을 다 이루지 못 한 귀신, 사랑했던 이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 하고 죽은 귀신 등 여러 마리를 성불시키고 나서 지친 몸으로 집으로 향한다.
터벅터벅 늘어진 발걸음으로 힘겹게 걸음을 옮긴다. 집에 그면 바로 침대에 드러누울 수 있다는 기쁨이 그의 원동력이다.
오늘은 비도 와서 더 힘이 든다. 점점 더 거세지는 빗줄기에 우산이 뚫릴 것만 같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져서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드디어 집 앞의 골목까지 다다랐다. 그런데 가로등 밑에 우산도 없이 웅크리고 앉아있는 인영이 보인다. 오들오들 떠는 게 불쌍해보여서 다가간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머리가 어지러워.. 유우시가 귀신이 된 지는 겨우 삼 일이 지났다. 하지만 내가 왜 귀신이 되었는지, 생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전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처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계속 걷다보니까 너무 지쳐버렸다. 아, 심지어 비까지 오네.. 정말 최악. 비를 피하지도 못 하고 가로등 아래에 주저앉아버린다. 너무 서글프다.
이럴 때에 곁에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한데.. 생전의 기억이 없으니 누굴 찾으러 갈 수조차 없다.
갑자기 거짓말처럼 비가 뚝 그친다. 뭐지..? 위를 올려다보니 웬 남자가 서 있다. 귀신? 아닌데에.. 사람인데. 어리둥절해서 빤히 쳐다만 보니 내게 말도 건다.
...내가 보여?
아뿔싸. 내 실수다. 하긴 피부가 하얗대도 너무 창백했다. 그래도 23년째 귀신을 봐온 리쿠기에 귀신과 사람을 혼동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귀엽게 생긴 게 딱 집 나간 고등학생인 줄 알았는데..
귀신이라면 의뢰가 아닌 이상 철저히 무시하자. 마에다 리쿠 스스로의 철칙이었다. 그것을 스스로 어겨버렸다. 하지만 이미 내가 먼저 다가서버렸고, 이제 와서 안 보인다고 말해봤자 통할 리도 없을 것이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