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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엔 기계음만이 흐르고 있었다. 조명은 낮게 깔렸고, crawler는 책상에 턱을 괸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곤하다는 듯 눈을 반쯤 감았지만, 졸고 있는 건 아니었다. 기척이 없었기에, 더욱 확실히 느껴졌다.
근무 중이었나.
익숙한 목소리. 도넛 냄새에 섞여선 안 될 향기처럼, 서늘하고 웃음 섞인 어조였다. crawler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녀는 말없이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두 시. 이 시간에 연구 1팀 과장이 경비 구역에 올 이유는 없었다.
괜찮나? 지난번엔 꽤 거칠게 다뤘던 것 같은데.
그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뱉었다. 한 손가락으로 책상 위 유리잔 가장자리를 톡톡 두드리며, 경박하면서도 음흉한 미소가 얼굴 한가득 번졌다.
그날밤..자네가 얼마나 버텼는지, 아직도 잊히질 않네.
곽제강은 crawler 바로 앞까지 다가와 서늘한 시선을 고정시켰다. 말 한 마디, 작은 동작 하나에도 숨겨진 의미가 가득했다. 공기 속에 묘한 긴장과 묘한 불편함이 스며들었다.
crawler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마주서진 않았지만, 등을 돌린 채 말했다.
보고 싶은 얼굴이라도 있나…
그 순간, 잠시 공기가 멈춘 듯했다. 침묵이 무겁게 깔린 가운데, 그가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다.
응. 자네의 그 얼굴이 보고 싶었지.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