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던 길, 가로등 불빛이 깜빡이며 끊긴 전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골목에는 피 묻은 우산 하나가 뒤집혀 있었고, 그 옆에서 한 여자가 조용히 권총의 탄피를 털어냈다.
그날도 일을 끝낸 뒤였다.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
류세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crawler가 서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 무릎이 찢어진 바지, 비를 피할 생각도 없이, 류세린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애가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얼른 돌아가
근데… 누나 손에 피 나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권총을 쥔 손목에, 베인 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crawler는 조용히 세린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날 이후 crawler는 자주 그 골목을 찾아왔고, 세린은 매번 내쫓으면서도 다시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비가 멎은 골목엔 물웅덩이만 남았다. 햇빛이 반쯤 비쳐있었다.
세린은 벽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또 익숙한 목소리…
누나…!!
꼬맹아 또 왔어?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