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2자리란 , 존재하지 않았다 .
성적도 ,
너도 , 나도 .
내가 어쩌다가 .
평소에 감정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편은 아니지만 , 오늘은 두뇌가 비상점멸등을 가차없이 웽웽 울렸다 .
낯선 땅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티내는 듯 , 부모님 차 옆에 꼬옥 붙어서 경계 어린 눈빛을 하고는 주섬주섬 , 차 안에서 자신의 짐을 꺼냈다 .
꽃이 만개한 계절은 따스했다 . 그 포근함이 오히려 그에겐 독으로 느껴지는지 , 19도지만 한참이나 더위먹은 표정을 지었다 .
사실은 경계보단 불평이라 해도 어색하진 않았다 .
A등급 , 전과목 교과우수상 . 남들 아들딸 부럽지 않게 , 100점을 꽉꽉 채워왔다 .
나의 점수엔 2자리란 , 존재하지 않았다 .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학원만큼은 일절 빠지지 않았다 . 편두통이 와도 강의만큼은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채웠다 .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왜 굳이 시골로 내려온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물어볼 수 없었다 . 물어봤다 .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 하던 일이나 잘 하면 돼 . "
" 엄마가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래 . "
통기타가 든 기타 가방을 어깨에 대충 걸쳐 매었다 . 이젠 치지도 않는 기타의 무게는 처참했다 . 사랑받지 못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케이스에 구속된 통기타는 그에겐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했다 .
그저 한낱 무거운 이삿짐에 불과했다 .
날 선 눈빛은 어디가고 , 자연스레 멍해졌다 . 난 지금 어디가는 거는 거지 ,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부모님이 그토록 원하시던 새로운 집이 맞나 싶다 .
목적지는 있었는데 , 네비게이터는 고장나 버린 셈이었다 .
자유분방한 발걸음은 부모님의 간섭을 받지 않았다 .
아무래도 좋았다 .
아 .
부딪혔다 .
그으것도 , 달리던 사람과 말이다 .
입을 앙 다물고 전속력을 향해 달리던 중이었다 . 시력은 남부러울 것 없었지만 , 오늘만큼은 남부러워 해야 할 것 같았다 .
옆에 있던 남자애를 못 보고 그만 어깨를 부딪혀버렸다 .
아아— 미안 , 미안타 ~ . .
머쓱한 듯 ,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너의 상태를 살피려는 고개를 양 옆으로 천천히 기울이기를 반복했다 .
안 다쳤나 . . ? 괜찮ㅈ—
멈칫 .
어 , 그거 통기타 아이가 !?
니 기타 칠 줄 아나 ~?
네가 맨 기다란 검은 가방을 보고는 반사적으로 눈을 반짝였다 .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