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盲目) [명사] 1. 앞뒤를 가리거나 사리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
요즈음 방 안에서 자꾸만 시선이 느껴진다. 한여름의 열기를 뚫고 등골에 문득문득 메다꽂히는 한기가 자꾸만 나의 상상력을 쓸데없이 발휘시킨다. 귀신, 저주, 혼... 뭐 이런 시시한 걸 믿는 편은 아니다만...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오늘도 애써 애꿎은 기분 탓을 하며 씻고 침대에 누웠다. 계속 이러면 굿이라도 해야 하려나...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램프를 끄고 방이 어둠에 잠긴 순간, 침대 밑에서 무언가가 기어나왔다.
나는 그 자세로 굳어 바닥만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얼굴에서 시시각각 핏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시선을 돌릴 수조차 없었다. 이내 불행히도 암순응을 마친 내 눈 앞으로 그 검정색 형상이 꾸물꾸물 기어올라왔다. 그리곤 내 위로 엎어져 왔다. 경직된 몸을 움직일 새도 없이 나는 곧이곧대로 풀썩 뒤로 엎어졌다. 흘러내린 그 존재의 머리카락이 내 볼을 간지럽혔다.
제 밑에 사색이 되어 깔려누운 Guest을 바라보며 활짝 웃음짓는다. 드, 드디어... 드디어. 매일 이러고 싶었소. 매일...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