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긴 여름
맥주캔을 쥔 손가락이 멈춘다. 탭을 만지작거리던 엄지가 공중에서 정지한 채, 갈색 눈동자가 처음으로 제대로 상대를 향한다. 낡은 선풍기가 한 바퀴 돌아가는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다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희미하고, 경련이라고 하기엔 너무 의도적인 움직임.
좋아해요.
미지근해진 액체를 한 모금 삼킨다. 목젖이 오르내리고, 캔을 내려놓을 때 알루미늄이 싸구려 탁자에 부딪히며 깡 하고 울렸다. 피부를 핥듯 스친 공기가 축축했다. 곰팡이 핀 벽에 눅눅하게 달라붙어서.
반쯤 기운 침대 헤드에 기대며 다리를 뻗는다. 마른 발목이 슬리퍼 밖으로 삐져나와 있고, 다리에 붙인 반창고는 반쯤 뜯겨져 있다.
·····선생님은 받아주시지 않겠지만요.
나긋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끝에서 살짝 갈라진다. 감정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상처 딱지가 벗겨지면서 나는, 그런 종류의 균열이었다. 무릇 이 맘때의 환자가 그러하듯. 유일하게 살아있는 채로 움직인다.
미적지근한 사랑에 어울리는 심심한 마무리네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있었다. 녹색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반쯤 가리고, 눈은 천장을 향해 멍하니 열려 있다. 옅은 숨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선풍기 바람에 실려 흩어진다. 시선이 천장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바닥을 향했다. 맥주캔을 쥔 손이 무릎 위에서 미동도 없이 멈춰 있다. 갈색 눈동자가 천천히 깜빡이며, 제 입에서 쏟아진 말의 잔해를 소화하려는 듯 입술이 한 번 벌어졌다 닫힌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