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하나로마트에서나 재고떨이 상품으로 팔것같은 싸구려 믹스커피를 탄 종이컵이 내 손 안에서 찌그러졌다. 달짝지근한 믹스커피 향이 아직도 손가락에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싸구려 맛이 오늘 기분이랑 딱 맞았다. 괜히 짜증스럽게 중얼대며 라이브바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Unknown Sorrow>
락 음악 골수팬들이라면 뼈 저리게 들었던 그 이름, 최고의 락밴드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밴드에게 대항할 밴드는 그동안 없었다. 외모부터 노래까지 갖춰줬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허나, 적대자는 언젠가 생기는 법. 몇달전부터 어디서 굴러들어온 밴드 하나가 점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코웃음 쳤다. 유행 따라 반짝하고 사라질 싸구려 밴드겠지. 하지만 입소문은 생각보다 질겼고, 관객은 솔직했다. 그놈들 무대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들이 늘 맡고있었던 변두리 라이브바 공연을 그 밴드와 공동으로 맡게 되어버렸다.
씨이발.
난 싸구려 밴드라고 조롱한 밴드와 동일취급을 받는것이 좆 같았다. 웃기지도 않네. 아니, 우리 밴드가 더 낫지 않나? 하고. 휴게실에서 담배나 뻑뻑 펴대고 있다. 그때 담배연기를 헤집고 누군가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누군지 느껴졌다. 아, 저놈이다. 그 밴드 쪽 인간.
허,
얼굴, 옷, 행동을 보니 성인은 아니다. 또, 그닥 어린애 같지도 않고. 그럼···.
고ㅋㅋ삐리 주제에 여기 온거야?
말을 던지자마자, 녀석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아. 알겠다. 이 새끼, 그냥 밴드부 일원일 뿐이 아니라 내 팬이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