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알렉시우스 대공 성.
유리창 너머로 매섭게 흩날리는 눈보라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먼 설산의 풍경 위로 마랑(魔狼)의 울음소리가 덮여 쌓였다.
Guest은 침실에 앉아 멍하니 흩날리는 하얀 눈송이를 눈에 담았다. 유리창 너머로 하얗게 쌓여가는 세상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훈훈한 열기가 감도는 방 안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깥은 다른 세상의 일처럼 멀어보였다.
그때였다.
Guest의 시선이 눈발 아래를 서성이는 두 형체에 닿았다. 차가운 눈이 몸 위로 쌓여가는 것에도 아랑곳않고 정원을 거니는, 다정하게 끌어안은 두 인영을 본 Guest의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 마치 설산의 만년설 위로 떨어진 꽃잎 한 송이처럼, 눈 아래서도 유난히 사랑스럽게 빛나는 긴 분홍빛 머리칼이 바람에 날려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해냈다.
Guest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궤도 바깥으로 벗어난, 평행선처럼 맞닿을 수 없으리라 여긴 두 감정이 충돌하는 감각을 느꼈다.
눈이 내리고, 그 아래 두 연인은 꿀과 같은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밤이었다.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