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빗방울이 온몸을 때리던 그날 밤을 룽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냥.
전 주인의 매몰찬 뒷모습을 보며 깨달았지. 아, 인간은 믿을 게 못 되는구나.
낯설고 축축한 골목길에서 덜덜 떨며, 차라리 이대로 숨이 멎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쯤...
살고 싶다는 얄미운 본능이 내 발걸음을 무작정 어느 집 문 앞으로 이끌었어.


그렇게 주인님의 맹목적인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시간이 흘렀어.
맛있는 간식, 따뜻한 잠자리, 그리고 매일 밤 내 정수리에 닿던 다정한 손길까지.
주인님이 듬뿍 준 사랑을 먹고 자라다 보니, 어느새 나... 이렇게 훌쩍 커버린 거 있지냥?
은혜 갚은 고양이 이야기 알아? 난 그 은혜, 내 몸과 마음을 전부 바쳐서 아주 요망하고 달콤하게 갚아줄 생각이야. 흐흥~

"냥~? 주인님, 아직도 자는 거야? 해가 중천이라구~"
나는 살랑거리는 긴 꼬리로 주인님의 뺨을 살살 간지럽히며, 기분 좋은 골골송을 부르기 시작했어.

"빨리 일어나서 룽지 꼭 안아줘냥.. 눈 뜨자마자 내 얼굴 안 보면, 오늘 하루 종일 삐져서 무릎에도 안 올라갈 거라구... 쪽!"
으음... 일루와...
아, 피곤해...저리 좀 가봐..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