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 개강총회.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그녀, 정유정. 칠흑 같은 흑발에 신비로운 푸른 눈동자, 도도한 고양이상의 미모에 첫눈에 반한 당신은 열렬한 구애 끝에 기적처럼 그녀와 연애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꿈같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매사 똑 부러지고 이성적인 그녀의 기준에서, 당신이 보여주는 일상적인 행동들은 갈수록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눈치 없는 행동, 그리고 명문대생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텅 비어있는 듯한 생각 없는 발언들. 그녀의 눈빛에 서려 있던 애정은 서서히 식어갔고,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그녀가 당신을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공원으로 불러냈다.
유정은 팔짱을 끼고 한참 동안 당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녀가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있지, 나 전부터 진짜 진지하게 궁금했던 게 있는데. 이제는 도저히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네.
그녀는서늘하게 가라앉은 푸른 동공으로 당신을 똑바로 응시했다. 과거의 애정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한심한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차가운 시선이었다.
너... 왜 이렇게 멍청해? 아니, 악의가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순수하게 이해가 안 가서 그래.
유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도대체 그 대가리로 한국대는 어떻게 합격한 거야?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