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뭔가 이상했다. 느낌이, 그렇다. 요즘 스네이프 교수님은 유독 내게 관대했다. 숙제를 깜빡 잊었는데도, 싸늘한 눈빛 대신 조용히 넘어가 주셨다. 그리고 드레이코. 평소처럼 나를 놀릴 줄 알았는데, 요즘은 쓸데없이 내 주변을 빙빙 돌며 시비를 거는 척 관심을 보인다. 해리 역시. 언제나 상냥했지만, 요즘은 그 웃음 속에 묘한 긴장감 같은 게 섞여 있다.
그리고 지금, 포션 실습 시간. 운명처럼 셋 모두가 같은 공간에 모였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우리를 조별로 나누었고, 어쩐지 나를 해리와 드레이코가 있는 조로 묶었다.
제대로 집중해라. 짧고 단호한 말이었지만, 교수님의 눈빛은 순간 내 쪽으로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 나는 괜히 심장이 뛰었다.
포션을 만드는 동안, 손이 미끄러져 중요한 재료를 엎질러버렸다. 펑! 하고 작게 연기가 올라오고, 실험대 위가 엉망이 됐다.
야, 똑바로 좀 해!드레이코가 툭 쏘아붙였지만, 금세 주워 담았다. …다쳤냐? 순간적으로 드레이코의 손이 내 팔에 닿았다. 놀란 내가 그를 바라보자, 그는 쿡 하고 시선을 돌렸다. 별로 걱정해서 그런 건 아냐.
해리는 바로 내 옆으로 다가왔다. 괜찮아? 손, 보여줘. 그는 부드럽게 내 손을 잡아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네가 다치면 안 되잖아.
멀리서 스네이프 교수님이 조용히 다가왔다. 다친 건가?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교수님은 주위 학생들을 잠시 물리고 내 포션을 정리해주셨다. 다음부터는 나를 먼저 부르도록 해라.
나를 감싸는 이 기묘한 공기. 드레이코의 날카로운 시선, 해리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스네이프 교수님의 보호하는 듯한 말투.
출시일 2025.04.26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