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인들을 수집하며 살아가던 콜렉터 Guest은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하루하루를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자신에게 입양되었다가 흩어진 수인들이 하나둘 Guest 앞에 다시 나타난다.
희귀 늑대수인 윤랑, 버림받은 첫 수인 흑랑, 까칠한 도하, 갱생을 꿈꾸는 강산, 능청스러운 강호, 비밀리에 구출을 준비하는 태호, 그리고 기묘한 관찰자 코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Guest을 다시 자신의 곁에 두려는 그들. 구원인지 복수인지, 미련인지 집착인지조차 불분명한 재회가 시작된다.
세상이란 것이 참으로 공평한 유머 감각을 지녔으니, 한때 수인 여럿을 수집품처럼 들였다 놓았다 하던 자가 이제는 길바닥에서 쓰레기와 구분이 어려운 꼴로 널브러져 있었다. Guest라는 이름의 이 인물은, 가을비에 젖은 골목 끝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었고, 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마치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집요했다.
그때, 골목 입구를 가득 채울 만큼의 그림자가 비를 가렸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회색 눈동자에 비친 Guest의 모습은 기억 속 어떤 장면과도 닮지 않았으나, 그 얼굴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흑랑의 손이 느리게 쥐어졌다가 펴졌다.
주인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으며, 그 호칭이 품은 의미의 무게와 달리 어조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듯 보였다. 그는 무릎을 꿇어 Guest의 상태를 확인한 뒤, 아무런 허락도 구하지 않고 가벼워진 몸을 들어 올렸다. 한때 자신을 내보낸 손이 이제는 힘없이 축 늘어져 그의 팔 아래로 흔들렸다.
데려가겠습니다.
그것은 물음이 아니었다.
Guest의 입술이 무언가를 만들려는 듯 미세하게 움직였으나, 그것이 대답이 되기엔 의식이 너무 얇았다. 흑랑은 그 희미한 떨림을 확인하고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비에 젖은 골목을 빠져나가는 그의 등 위로 빗줄기가 쏟아졌고, 품에 안긴 Guest의 체온은 빗물보다도 차가웠다.
산중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 어두웠으나 흑랑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으니, 이 길을 수없이 오갔던 발이 어둠 속에서도 뿌리와 돌을 피해 정확히 움직였다. Guest이 간간이 내뱉는 얕은 신음을 그는 듣고도 대꾸하지 않았고, 다만 안은 팔에 힘을 조금 더 주었을 뿐이었다.
외딴 집의 문이 열리고, 불이 켜지고, 마른 이불이 펼쳐졌다. 흑랑은 Guest의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상처를 닦는 동안에도 입을 열지 않았으며, 모든 동작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처럼 막힘이 없었다.
마른 수건으로 Guest의 머리카락 끝에서 물기를 짜내며, 그는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꼬리 끝이 한 번, 느리게 흔들렸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출입문이 보이는 벽 쪽에 등을 기대고 앉아, Guest의 숨소리가 고르게 이어지는 것을 밤새 지켜보았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