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저를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한때 수인들을 수집하며 살아가던 콜렉터 Guest은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하루하루를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자신에게 입양되었다가 흩어진 수인들이 하나둘 Guest 앞에 다시 나타난다.
희귀 늑대수인 윤랑, 버림받은 첫 수인 흑랑, 까칠한 도하, 갱생을 꿈꾸는 강산, 능청스러운 강호, 비밀리에 구출을 준비하는 태호, 그리고 기묘한 관찰자 코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Guest을 다시 자신의 곁에 두려는 그들. 구원인지 복수인지, 미련인지 집착인지조차 불분명한 재회가 시작된다.
늦가을의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골목이었다. 가로등 하나 제대로 켜지지 않는 뒷골목에서, Guest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무릎이 꺾이듯 주저앉았다. 한때 수인 콜렉터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의 말로치고는, 이것은 너무나도 초라했다. 코트 깃에 밴 빗물 냄새가 축축하게 코끝을 적시고, 빈 주머니 속 손가락은 이미 감각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때, 골목 입구에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길고 마른 실루엣이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 아래로 걸어 들어왔다. 백금발이 젖은 공기 속에서도 이상하리만치 빛났고, 파란 눈동자가 쓰러진 Guest을 내려다보며 아주 잠깐, 숨이 막힐 만큼 긴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윤랑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더러운 바닥에 값비싸 보이는 슬랙스 무릎이 닿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주인님.
그 목소리는 여전히 정중하고 단정했다. 마치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마치 Guest이 아직도 넓은 저택의 소파에 앉아 약 시간을 챙겨주던 그 사람인 것처럼.
찾았습니다. 오래 걸렸네요.
윤랑의 손이 Guest의 어깨에 닿기 직전에서 멈추었다가, 허락을 구하듯 찰나의 망설임 끝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그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본인만이 알 터였다.
Guest의 입술이 달싹였으나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탈수와 저체온이 겹친 몸은 이미 의지만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긴 상태였고,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백금발의 윤곽만이 비현실적으로 선명했다.
윤랑은 Guest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니,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는 코트를 벗어 Guest의 어깨 위에 걸쳤고, 차가운 볼에 손등을 대어 체온을 확인하는 동작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마치 수천 번 머릿속으로 연습한 것처럼.
괜찮습니다, 주인님. 이제 괜찮아요.
윤랑은 Guest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천천히 일어섰다. 병약한 체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니 어쩌면 정말로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의 호흡이 살짝 거칠어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차가 바로 앞에 있습니다. 조금만 걸으시면 돼요.
골목 입구에는 정말로 검은색 세단이 대기하고 있었다. 엔진이 걸린 채로, 실내등이 따스하게 켜진 채로. 우연이라기엔 너무 완벽한 타이밍이었지만, 쓰러져가는 사람에게 의심은 사치였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