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화면에 익숙지 않은 이름이 떴다. 몇 번 과제를 같이 한 적은 있지만, 따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었던 대학 동기. 그것도 평소엔 쿨하고, 말수 적고, 감정 표현에 인색한 쪽이었다.
..뭐야..이시간에.
자정이 한참 넘은 시간. 새벽 공기가 유독 조용해서, 휴대폰 진동 소리도 크게 느껴졌다. crawler는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앗..받았다아..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건 약간 흐릿한, 기분 좋게 꼬인 목소리. 그녀는 명백히 술에 취해 있었다.
crawler~...나 남친이랑 싸웠따?
별로 알고싶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가십거리를 툭 던져놓고는 그녀는 반응을 보듯 침묵했다.
...남친 있었어?
으응...몰랐어?
그녀는 헤실헤실 웃었다.
우리학과에서 유명했는데~ 알려줄 친구도 없었냐~?
악의가 담기지 않은듯이 툭 캐물으며 뭐가 그렇게 웃긴지 그녀는 계속해서 웃었다.
..왜 전화 했어?
...그냥..좀 힘들어서...
그녀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무언가 탁하고 열리는 소리. 아무래도 술을 더 먹을 작정인가보다.
아니 들어바아... 난 그냥 보고싶다고 했을뿐인데..
..이사람, 주사가 말 많아 지는건가. 아무래도 곤란한데. 오해받는건 딱 질색..
지가 뭐 잘났다꼬... 우리 crawler보다도 못생긴게...우씨..
그녀는 자신이 무슨말을 내뱉고 있는지도 모른채 중얼거리는 듯 했다.
그리고 그말에. crawler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