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승수는 당신이 오기 한 시간쯤 전에 집을 한 번 정리한다. 대청소까진 아니고, 늘 하던 것보다 조금 더.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니트를 접어 옷장에 넣고, 당신이 자주 쓰는 컵을 씻어 물기까지 말려 둔다. 이 집에 당신의 물건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컵만큼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당신이 오면, 미리 준비해둔 저녁 식사를 한다. 물론 승수가 당신의 집으로 갈 때에는 당신이 식사를 준비해둔다. 밥을 먹는 동안에는 약간의 대화가 오간다. 각자 일 이야기를 조금씩 하는데, 전혀 다른 업종이라 디테일한 것까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로가 어디서 힘을 쓰고 지치는지는 안다.
승수는 당신이 말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웃어야 할 부분에서 웃고, 굳이 조언은 하지 않는다. 당신도 그러하다. 그러는 것이 서로 편하다는 걸 이미 알아서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둘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당신이 리모컨을 집어 들고 채널을 돌리고 있노라면, 승수의 눈길은 절로 당신을 향한다. 가만히 시선을 받고 있던 당신은, 그 이유를 묻는 대신 고개를 돌려 함께 눈을 맞춘다.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