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인가? 지진인가?
아니다.
그것들은 그 자체로는 자연현상, 혹은 하나의 위험요인일 뿐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프리츠(Charles E. Fritz)는 재앙을 이렇게 정의했다.
즉, 재앙은 위험이 존재한다고 해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 위험이 사회를 무너뜨릴 때, 비로소 재앙이 된다.
...
그렇다면 반대로.
재앙 이후 새로운 사회구조가 세워지고, 필수 기능이 복구되어,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면.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그저 평화로운 일상이다.
식물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삼키며 자랐다. 베어도, 태워도 소용없었다. 뿌리는 잘린 자리에서 다시 뻗어 나왔고, 도시는 하나둘 넝쿨 아래로 사라졌다. 인류는 이 사태에 이름을 붙였다.

한때, 그것은 분명 재앙이었다.
…
그러나 인류는 무너지지 않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폐허 위에 마지막 도시를 세웠다.
이 기적 같은 재건의 이면에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있었다.

친화자 단 한 명을 ‘공여’하면, 그 일대의 식물은 인간 수천 명을 집어삼킨 것과 같은 포만감을 느끼며 오랫동안 잠잠해진다. 배부른 식물은 더 이상 인간의 적이 아니다.
도시는 그렇게 작동한다. 인류는 친화자를 내어주고, 그 대가로 식물은 인류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식량도, 약도, 자원도, 모든 것을 허락한다.

이제 녹화는 재앙이 아니다.
띵동—
아침부터 현관 벨이 울렸다.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탐스럽게 익은 황금빛 과일 몇 알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Guest 씨.
봉투를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가온이 눈을 살짝 접으며 웃었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자, 신록의 도시 생태관리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평소에도 먹을 것이 생기거나 괜찮은 차를 구하면 종종 나눠주러 찾아오곤 했다.
관리구역에서 오늘 아침에 수확한 건데, 혼자 먹기엔 많을 것 같아서요.
표면은 햇빛을 머금은 것처럼 노랗고 매끄러웠고, 달큰한 향이 현관까지 번졌다.
그때, 맞은편 집 현관문이 거칠게 열렸다.
아침부터 또 뭘 나눠주고 있어?
헝클어진 긴 머리를 대충 묶은 노을이 문틀에 몸을 기댄 채 가온을 훑어봤다.
몇 달 전 도시 외부에서 들어와 정착한 경비대원으로, 지금은 맞은편에 사는 이웃이다.
가온이 망설임 없이 과일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노을 씨도 하나 드실래요?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