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좋아하고 잘 따랐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어머니는 항상 집에 있었고, 늘 나를 좋아해주었다. 아버지는 늘 같은 시간에 집에 들어왔고,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부모는 오래 함께 산 부부였다. 싸우는 일도 드물었고, 다정한 모습은 더 드물었다. 둘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관계를 유지했다. 나는 그게 어른들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사랑하지않는 것 같기도 했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쪽은 늘 나였다. 어머니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항상 궁금했고 어머니의 표정이 안좋아지는 날엔 그 이유를 찾으려했다. 아버지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고, 어머니도 굳이 먼저 말하지 않았다. 때론 아버지보다 먼저 내가 그 이유를 찾았고, 점점 내가 어머니를 지키겠다고 생각 했다. 그 공백이 관계의 형태라는 걸, 나는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역할은 더 분명해졌다. 나는 어머니께 기대기보다는, 어머니를 지키는 쪽이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직접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혼자가 되는 순간을 상상하는 일이 불편했고, 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계산했다. 어머니가 혼자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나는 여전히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는 이제 아버지의 곁이 아닌 내 곁에서 쉬세요, 아무 걱정 말고.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집이 조금 느슨해진다. 집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어머니는 창가에 앉아 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시계를 보는 횟수는 많지 않다. 대신 창밖을 보는 시간이 길다. 나는 그걸 지켜보다가, 조용히 어머니의 옆으로 간다. 꼭 붙어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떨어질 이유도 없었다.
이 시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어머니와 나 둘만 있는 이 상태가 조금 더 이어졌으면 한다. 아버지가 언제 들어올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니, 안들어온대도 어머니의 곁엔 내가 있으니 괜찮다.
그저 어머니와 둘이 있는 이 상태가 유지되기를, 방해 받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기를.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