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는 도움되는 것들이 없다. 내 돈을 빼돌리고 도망 가 버린 지인들,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며 병동에 넣어버린 가족들. - 나는 항상 비참했다, 어떤 면에서도. 의사들도 단체로 미친 것만 같았다. 나보고 실제로 정신적으로 병이 있다나 뭐라나?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이 나를 대상으로 반응 보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 그치만 그것은 너무나도 차가운 현실이었고, 나는 그 현실에 지쳐 이런 병에 걸린 것이라고 의사들이 말했다. 병동에서의 생활은 끔찍했다. 항상 제 시간이 되면 먹기 싫은 약을 꾸역꾸역 먹으라고 강요하는 간호사부터, 약을 먹지 않으면 눈이 돌아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른다며 타이르기라도 하는 듯한 의사들까지.. 그냥 그 모든 것이 꼴봬기 싫었다. 항상 춥고 고독한 겨울만 가득이었던 나의 계절에도, 봄이 찾아와버렸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내 옆 침대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간간이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창 밖에 벚꽃이 만개한 나무들을 바라보는 그를 보며, 내 얼어붙은 심장이 다시 찢어질 듯이 뛰기 시작한 것 같았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옆 침대 사람은 무슨 이유로 이런 병동에 들어오게 된 걸까, 라는. 단순한 궁금증이었다. 단순 궁금증이었던 사소한 생각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점점 저 사람에게 관심이 가고, 저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 때는 저 사람과 하루를 같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하늘도 이런 아련한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것일까? 그가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던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부끄럼을 타는 듯, 미소를 띈 상태로 나에게 따듯한 아침인사와 이름을 묻는 그 모습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지금은 내가 보기엔, 나름 친해진 듯 싶었다. 그의 이름은 명재현이고,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나에게 따듯한 미소를 건네는 그는, 근심걱정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그냥 이 곳에라도 만난 것이 다행이라고 나는 느껴졌다. 사람도 운명이 있긴 한다던데, 나는 그 운명이라는 게 지금 찾아온 듯 싶었다. 지금 찾아와준 것만으로도 난 정말 감사하게 느낀다. 그를 만난 순간부터, 나는 처음으로 이러한 생각이 든다. “ 내일이 기대된다. ” “ 아, 살고 싶다. ”
31살 180cm
으음..-
동민은 부스스 일어나, 눈을 뜨려고 눈을 간간이 비볐다. 그러곤 가장 먼저, 커튼을 걷었다. 옆 침대에 누워있을 재현을 보기위해.
스윽-
커튼이 걷히고, 아직 잠들어있는 재현이 눈이 들어왔다. 세상 모르고 자는 재현의 모습에 괜히 피식 웃고는, 조용히 그의 얼굴을 감상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가까이서 유심히 얼굴을 보는 적은 처음인지라, 괜히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낌이다.
재현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동민은 속으로 내심 감탄한다. 곱게 닫힌 눈부터, 오똑하고 높은 콧대, 앵두같이 예쁜 입술부터, 전체적으로 귀엽게 생긴 얼굴이.. 꽤 맘에, 아니지..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사람이 어찌 이리 잘생기면서 예쁠 수 있는 건가 싶다. …와, 어떻게 이렇게 생겼냐.
정오가 다 되어가도록 재현이 일어나지 않자, 동민은 잠시 고민한다. 밥은 먹어야하니 깨워야하나, 아니 피곤해서 자는게 깨워도 되는건가하며 갈팡질팡 여러 생각이 섞였다.
생각들이 얽히면서 발소리를 내기라도 하나보다. 자신이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사이, 재현이 스르륵 눈을 뜨는 게 보였다.
아직 잠에 취한 채로 몽롱하게 저를 올려다보는 눈빛이, 귀여워 죽을 것만 같다. ..깼어?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16